2003년 10월 11일 (토)

5년 전 우리 동창회 행사 보다 좀 더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설랜다
내가 교직에서 처음 만난 제자들이라 첫사랑 같은 아련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재옥이 전화를 받고 행사 날이 점점 다가오니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들도 보고싶고 오십 세의 제자들이 상상이 안 되는데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되어 그냥 실실 웃고 다녔다.
남영애 부군이 인천 가천의대 연수원까지 데려다 주어서 길이 막히는데도 우리는 이야기하느라고 아무 상관이 없이 즐겁기만 하다.
도중에 홍창기 교장님을 우연히 만나서 반갑게 모시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입구에 늘어선 축하 화환들.......부군들이 30주년 행사를 축하하는 마음이란다.
선생님들 18분이 오셨는데 우리도 동창회 하는 것처럼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30년의 세월을 보내고 허심탄회하게 한자리에서 나누는 감격들....
윤희가 입장 행진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100여명의 제자들이 박수로 맞아주는데 가슴이 벅차서 단상에 있는 의자에 오르기가 부담스러웠다.
아나운서 출신의 현선이의 재치 있는 사회로 기념식이 진행되었다.
이 자리를 만든 전임회장 안명옥과 임원 진들,
현재회장 윤재옥과 임원들 소개,
홍창기 교장님부터 인사말이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은 81세라는데 청년처럼 꼿꼿하시고 모임이 30개인데 오늘도 서울에서 모임을 하고 내려 오셨단다.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시고 운동하시며 청춘보다 더 활발하게 사시는 교장 선생님께 모두 감동을 받고 이제부터 모임을 더 늘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 말씀이 건강관리 잘 하고 인일에서 근무했던 시절이 가장 값진 추억이라는 고백과
장영애 선생님이 “참 좋다 예기치 못한 행복한 시간” 이라는 말이 공감이 간다.
꽃다발과 기념품 증정하고 모교에 발전기금 4,000만원 드리고 허회숙 교장 선생님이 “정말 대단한 10회”라고 감탄하시며 “다음 11회와 12회가 힘들겠구나” 염려하셨다
반 별로 기념 촬영하고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축하 케익도 자르고 식사도 맛있게 잘 먹었는데 교장 선생님들이 우르르 일어서는 바람에 나는 벙 뜬 기분이었다.
“아니 식사만 하시고 가시는 게 어딨어?”
며칠 전부터 이 자리를 상상하면서 공간이 넓으면 허회숙 교장님과 왈츠를 한 번 추던지, 좁으면 차차차나 쟈이브를 해야지 마음먹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꿈은 깨지고 11회 제자들과 이야기하다 선숙이랑 주용이랑 나와서
송도 비치 커피숍에서 차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내 친구 정숙이의 말 “늙은 제자들과 만났냐?”고 “아니 늙긴 인일여고 단발머리 느낌 그대로인데?” 정말 나는 선숙이에게서 인일여고 시절의 모습과 또 친정 어머니의 모습을 함께 느꼈다.
추억과 세월의 교차를 실감하며 그냥 반갑고 좋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저마다 타고난 끼를 마음껏 발휘하여 거의 광란의 밤을 지새울 뻔했는데 장소를 관리하는 분이 문 닫아야 한다고 해서 쫓겨났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 신나는 분위기를 놓친 것이 정말 아쉽다.
제고 17회는 부부동반으로 30주년 동창회를 한다는데 그러면 마음껏 끼를 발휘 할 수 없어서 재미없는데 왜 그렇게 하느냐고? 나의 올케가 안타까워했다.
친구 중에 여고 동창이 제일 가까운데 중. 고등학교 6년을 함께 보낸 것은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고 있어서 라고 생각한다.
수원에서, 서울에서, 부산에서, 분당에서, 번개를 치며 이 후유증이 언제까지 갈지? 뭐라고 설명 할 수 없이 가슴 벅찬 이 행복을 잘 키워 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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