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3일

정숙, 영희랑 6개월 전부터 추진해온 2박 3일의 휴식 여행,
8시 40분 인천공항에서 정숙이 만나 탑승 수속 후, N.W 008기 탑승했다
수학여행을 가는 들뜬 기분으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주로 정숙이가 이야기했는데 청산유수다.
2시간 비행하여 나리따 공항 도착, 영희가 빨리 나오라고 했는데 입국심사 받느라고 한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다
드디어 반가운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모든 일정은 영희에게 맡기고 빨간색 B.M.W에 올랐다
한시간 정도 동쪽으로 달려 태평양 바닷가 99리의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영희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곳에서 먼저 해변 청소를 하고 걷기 대회 행사에 참가하여 2등을 했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사장, 바다와 하늘이 잿빛이다.
바람도 싸늘한데 윈드써핑을 하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인천 송도 앞 바다를 회상하며 잠깐 산책하고 신선한 대합조개 구이와 오뎅, 생맥주로 점심식사, 바다를 보며 즐거운 이야기 나누며 행복한 시간이다.
이 번에는 남쪽으로 내려가며 일본전통 가옥과 포구들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 도로를 달려 가쯔우라 (勝浦) 라는 마을에 도착,
한국보다 한 시간 빠르다고 6시인데 깜깜하다.
인가도 없는 산 속에 Blueberry hill 리조트 타운에 Sun dancing Village 안내 받아 들어갔다.
거실, 주방, 침실이 으리으리하고 넓어서 궁전에 들어 온 기분이다.
짐을 풀고 한국에서 가지고 간 흰떡을 마이크로 오븐에 말랑말랑하게 굽고 빵도 따끈하게 데우고 영희가 맛있게 삶아온 밤, 사과, 배, 따끈한 오차와 골고루 잘 먹었다.
밤늦게까지 40년 전 이야기, 현재의 이야기들을 시공을 초월하여 깔깔거리며 진정한 친구로써 아끼는 마음으로 나누었다.


10월 4일 (토)

6시 기상, 따끈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화창한 아침햇살을 바라보니 더 할 수 없이 평온한 느낌이다.
아침 8시 산책,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인공호수, 예쁜 건물들, 폭신한 잔디 위를 걸으며 갈대숲도 지나고 새소리, 바람소리, 상쾌한 날씨를 즐겼다.
갖가지 과일들과 일본 요리들로 만족한 식사 후, 쇼핑센터에서 기념품으로 발가락 양말과 부루베리 말린 것을 간식으로 샀다.
예쁜 정자에 올라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나누고 잘 가꾸어진 허브 정원에서 향기에 취하고 연보라빛 꽃잎에 반하여 정숙이가 구입한 얇은 망사로 만든 오차 커버에 갖가지 허브를 따서 넣으니 향기가 끝내준다.
여기서 계속 있고 싶다고 했더니 더 좋은 곳도 많다고 11시 출발, 그림 같은 포구와 해변 도로를 한참 달려 가모가와에 도착, 태평양 파도 소리를 가슴 속 까지 시원하게 만끽하며 바다 낚시와 카약을 타는 젊은이들을 구경하였다.
또 다시 한참을 바다 풍경을 즐기며 남쪽으로 내려가서 마루야마 군에서 운영하는 섹스피어 기념관이 있는 로즈마리 가든을 찾아갔다.
10년 이상 된 로즈마리 정원에 온갖 꽃들 보며 산책, 영국에서 그대로 가져 왔다는 섹스피어 시절의 가구와 생활 모습들이 전시 된 건물들, 축제가 열린 광장에 수 백 개의 종이 인형들이 그 시대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섹스피어의 연극들을 공연하는 모형들도 있고 배경 음악도 생생하다.
한참을 실감나게 관람한 후 문제를 열 개 정도 풀었는데 영희의 도움으로 답을 적어 내었더니 우리 셋이 똑같이 90점을 받고 상품으로 쿠키 한 개씩 받았다. 관람객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좋았다. 따끈한 허브 티 한잔 마시고 출발,
마을 전체에 꽃이 유명한 치쿠라에 있는 Sea side 호텔에서 온천 사우나를 했다. 1층은 일본 전통의 온천 시설이고 7층은 태평양 바다 바람을 맞으며 전망이 좋다고 두 번 하란다.
우선 1층에서 진흙 같은 소금 맛사지 하고 살결이 매끄러워 졌다고 좋아하며 나전 칠기통 같은 욕조에도 들어가고 술 냄새가 나는 통에도 들어가서 야외 정원에서 온천을 즐겼다.
다시 엘리베이터 타고 7층에 가서 바다 경치를 즐기며 오늘 3번이나 온천을 했다.
3시쯤 되어 싱싱한 생선회와 된장국으로 맛있는 점심식사 했다.
먹고, 구경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완벽한 여행이다.
이제 산길을 달려 7시쯤 지바에 있는 영희네 집으로 돌아왔다.
넓은 거실에서 정숙이에게 룸바, 차차 가르쳐 주었는데 운동 신경이 좋아서 아주 잘한다. 영희랑 차차, 쟈이브 신나게 춤추고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샤워하고 영희가 피아노 연주 들려주었다. 정말 영희는 팔방 미인이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장점들이 발견되어 매력과 활력이 넘친다.
영희가 우리들을 위해서 왕새우와 게를 준비했다고 푸짐한 저녁 식사를 차렸다. 8개월만에 만나는 영희 부군님께 인사하고 정숙이가 어제 갔었던 부르베리힐을 설명했다.
커다란 새우를 3마리씩 포식하고 생선과 허브나라 선배님이 만들어오신 싱싱한 김치를 감탄하며 9시에 저녁 식사 했다.
막내 하야또가 요즈음 드럼 연주에 바빠서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오밤중에 깜깜한데서 실루엣처럼 방을 지나가며 안녕히 주무시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잠결에 보았는데 많이 큰 것 같다. 바쁜 일정 때문에 새벽에 나갔다고 하여 우리도 하야또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서면으로 하였다.

10월 5일 (주일)

아침에 페파민트 따끈한 오차 마시며 기상,
해안 공원 산책 나갔다. 두 번째 오는 길이라 낯익고 반갑다.
꽃 박물관이 10시 개관이라 호수가 둘러보고 동경만 잔잔하고 맑은 물 바라보며 인천 앞 바다에서 우리들의 소녀 시절을 회상했다.
공원 주변에는 시민들이 자선 바자회 장이 열렸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서 팔아서 기부금으로 쓴다고 한다. 초록색 작은 비닐 손가방을 1000원에 샀다.
9시에 한국인 식당에 가서 곰탕, 김치, 푸짐한 아침 식사했다. 영희가 터를 잘 닦은 곳이라 커다란 조기 구이, 누른밥 등 사장님 서비스가 끝내준다.
정숙이는 희망에 의해 한 시간 정도 쇼핑 할 수 있는 커다란 수퍼마켙에 내려주고 우리는 10시 반 예배 드리러 교회에 갔다.
목사님도 낯익은데 말씀은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고 가미사마와 아멘만 알아들었는데 졸지 않고 예배드리고 예수님의 살과 보혈을 나누는 성만찬 의식까지 하고 정숙이 데리고 집에 와서 영희 부군님 식사 챙겨 드리고 영희가 친정 엄마처럼 왕새우, 땅콩, 소면, 냉동생선을 주었다.
서웅이에게 보여 주라고 화묵 서화집도 주었다
다음에 오면 “또 환영해 주실꺼냐?”고 영희 부군님께 확인 답변까지 받고 작별인사하고 12시 반 쯤 출발, 수퍼에 가서 승호가 좋아하는 와사비 콩 사고 영희가 우리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라고 맛있는 과자들을 한아름 사 주었다.
얼굴도 모르는데 이렇게 사랑이 전해지고 있다.
식물성 머리 염색약 해나를 사러가서 중간 갈색으로 선택했다.
끓인물에 가루를 요구르트처럼 풀어서 머리에 바르고 비닐캡을 쓰고 한 시간 후에 샴푸로 감으라는 설명을 들었다.
해안 공원에 다시 가서 꽃 박물관 전시 작품들을 보았다.
국화꽃들과 아기자기한 갖가지 꽃들 관람객도 많고 여기저기 볼 것도 많다.
이제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맛있는 배 밭에 가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연보라빛 거봉보다 알이 작은 포도 3송이를 직접 따고 배도 우리가 골라서 6개 땄다. 달고 연한 신고배와 포도를 공항에 가야 하는 시간도 임박해서 정신없이 먹다보니 배가 터질 것 같다.
깎아 놓고 못다 먹은 것은 비닐 팩에 싸고 잘 생긴 것 하나씩 집에 있는 가족들 생각하며 손가방에 넣고 공항으로 향했다.
날씨도 정말 좋았고, 다국적 임무를 띠고 바쁜 생활 속에서 활동하는 영희가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 준 것, 정숙이도 팔이 후들거릴 정도로 기력을 다하여 일하다가 이 귀한 시간을 만든 것, 나는 아직도 학교 밖에 모르고 사는데 이렇게 좋은 세상을 보여 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4시 40분 나리따 공항 도착, 영희와 작별 인사하고 6시 50분 출발하는 N.W 007기 탑승, 이륙 할 때 거대한 기체들이 거의 1분 마다 한 대 씩 날아오르는 순간이 내 가슴을 긴장하게 한다. 오직 한 곳에만 집중하여 운항하는 기장님들께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30년간 성실하게 일해 온 직장을 돌아보며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 현실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모든 과일을 좋아한다고 정숙이는 또 배를 먹는데 나는 속이 쓰린 것 같다.
기내 식사는 차고 달짝지근한 고기 안 넣고 양념한 나물 종류로 만든 스시가 4쪽 나왔는데 정숙이 몫 2개를 더 먹고 포화 상태다.
적게 먹어야 장수한다는데 나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절제가 안 된다.
9시 20분 인천공항 도착, 우리 나라도 입국심사가 만만치 않다.
원체 많은 사람들이라 빨리빨리 통과하는데도 50분쯤 걸렸다.
서둘러 가방을 찾고 정숙이와 작별인사 나누고 수원행 리무진 정류장으로 달렸다. 10시 30분 마지막 버스 겨우 타고 ‘휴우’ 안도의 숨을 쉬었다.
도중에 정숙이 작별 전화가 왔다 “그래 친구야 잘 가, 여행 정말 좋았어”
큰 아들 은성이가 11시 40분 버스 정류장에 마중 나와서 안전하게 12시 귀가했다. 정말 알차고 뜻있는 나들이었다.
하나님!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여정을 인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0월 6일 (월)

어제밤 새벽 2시까지 빨래하고 정리하느라고 잠을 설쳤는데 6시 기상,
3박 4일의 지리산 극기체험 학습을 위하여 준비하고 학교에 출근했다.
비상약품 챙기고 짐을 하나라도 줄이려고 우비를 빼 내었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다시 넣었다.
3일간 먹을 식량이 꽤나 묵직하다. 남자 선생님들은 비교 할 수 없이 더 무겁지만. 기념 촬영하고 교장 선생님 말씀 듣고 10시 출발 예정인데 장 혁 학생이 안 와서 15분간 기다리다가 어머니께 구례구로 기차타고 와서 성삼재까지 버스타고 노고단 산장으로 찾아오라고 통화하고 출발했다.
2학년 전체 인원 28명 중 27명과 교직원 8명이 안락한 학교 버스를 타고 지리산 천왕봉을 향한 장도에 올랐다.
학생들에게 맛있는 과자 한 개씩 나누어주고 우리는 땅콩을 먹으며 들뜬 기분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12시 쯤 무주 휴게소에서 해장국으로 점심식사, 2시 반쯤 성삼재 전에 학생들은 내려서 선생님들과 아스팔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는 행정실장님과 성삼재에 내려서 노고단까지 2.7Km를 걷기 시작했다.
배낭 메고 양손에 짐을 들고 한 시간 반 정도 걷는데 숨이 차고 힘들어서 몇 번을 쉬며 제대로 잘 갈 수 있을지? 막연하다.
4시에 노고단 산장 도착, 조금 쉬고 우선 짐을 줄이기 위해 내 배낭의 쌀, 김치로 식사 준비했다.
저녁 노을이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학생들도 모두 도착하고 혼자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쫓아온 혁이도 무사히 합류했다. 조별로 식사 준비하여 잘 먹고 기특하다.
윤순용이가 김치찌개 남아서 버리게 되면 달라고 애교있게 부탁을 하는데 교육적으로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냉정하게 거절하고 8명 선생님들이 국물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내일 아침 식사 준비로 쌀도 씻어서 담가 놓고 여학생들 9명과 나란히 누워 옆에 있는 태현이와 영어 단어도 외우며 잠을 청했다.
맞은편 자리에 나이 드신 남자 분 두 명이 소주를 마시며 몇 시간째 계속 큰 소리로 떠들어서 우리를 불편하게 했다.
정말 괴롭고 견디기 힘들었다. 몇 마디 옥신각신 하다가 10시에 소등하고 뒤척이다 꿈나라로!

10월 7일 (화)

새벽 5시 기상.
화장실 가는데 별들이 보석처럼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새카만 하늘에 별들이 아름답다.
미역국 끓이고 밥하고 밑반찬으로 아침식사 든든히 했다.
내 양손에 짐들은 모두 해결 되었다.
오늘 일정은 14Km를 걸어야 하므로 6시 30분 출발. 노고단 산장에서 경사진 돌길을 올라가는데 숨이 턱에 닿는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작년에 왔던 길이라 익숙하고 발걸음이 자신감이 있다.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이 만나서 물물 교환을 했다는 화개재에서 점심 식사 하기로 계획 되어 있는데 9시 밖에 안되었다.
학생들이 물 좀 달라고 하는데 내 물병도 작은 것이라 “생명을 나누어 주노라” 하고 나누어 주고 빈 병을 남학생들이 뱀사골 산장에 계단길을 뛰어 내려가서 물을 떠다 주었다. 햇반에 카레를 넣어 밥을 먹는 아이들도 있는데 우리 일행은 연하천 산장에서 점심 식사하기로 하고 계속 열심히 걸었다.
12시에 연하천 산장에 도착하여 꽁치 통조림에 김치 넣고 끓여서 꿀맛 같은
점심식사 했다.
오늘 저녁 목적지인 벽소령 산장에 물이 없다고 해서 밥도 미리 하고 얼굴과 발도 씻고 2시에 출발,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오늘 하루 동안에 열두 고비는 넘은 것 같다.
4시 30분 벽소령 산장 도착, 한 발도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어서 입구 땅바닥에 앉아서 스팸 썰어 넣고 김치 찌개 한 가지 끓여서 6명 선생님들과 저녁 식사했다.
더 이상 걷지 못하는 학생들 6명과 인솔 선생님 2명은 연하천 산장에서 잔다고 연락이 왔다.
샘터가 50m쯤 계단을 내려가서 있는데 아주 조금씩 나와서 10분 동안 쪼그리고 앉아서 물을 받아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
지대가 높아서 바람이 세고 밖에 앉아 있기가 힘든데 우리 아이들은 으슥한데서 소주 마시며 기분 내고 담임 선생님은 멀리 떨어져 앉아서 제자들을
보호하며 지키고 있다. 정말 감동적인 담임이다. 9시에 소등. 이 산장에 140명이 잠자고 있다.

10월 8일 (수)

학생들은 8시 반 출발인데 우리는 먼저 일어나 밥 해 먹고 7시 20분 경주대 체육과 학생들 따라서 출발했다.
9시에 선비샘 도착하여 사과도 먹고 양치질도 했다.
세수는 물이 차가워서 안하고 선크림만 잔뜩 바르며 웃었다.
오늘은 11.5 km 이니 어제보다 짧은 거리인데 다리가 무겁고 쳐진다.
산이 깊어져서 인지 온통 바위와 돌맹이로 경사진 길을 올라갔다 또 내려가고 밧줄만 보면 겁이 난다.
단풍이 아름다워서 바위에 주저앉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가볍게 배낭을 멘 여자와 무거운 짐을 지고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지나가던 남자인 중년 부부의 대화 “ 우와 단풍 정말 곱다! 너무 좋다” “00, 서방은 힘들어 죽는데 그렇게 좋으냐?” 정말 힘도 들고 단풍도 좋고 웃음이 난다.
아무튼 진땀을 몇 번씩 흘려서 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넓은 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지리산은 끝이 없고 대단하다.
세석 대피소에서 무파맛 라면 끓여서 점심식사 후, 12시 출발.
자연 관찰 학습지로 넓을 평원에 잔잔한 철쭉 나무가 계속되고 철도 레일 같은 길을 뙤약볕에 진땀을 흘리며 걸었다.
억새풀도 바람에 휘날리고, 녹색의 구상나무와 진홍의 단풍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위 틈 사이에 보랏빛 들꽃도 아름답고, 빨간 열매를 맺었는데 잎사귀는
인삼같이 생겨서 혹시 ‘심봤다’ 하는 행운이 내게 온 것은 아닌지? 생각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눈으로만 만족하고 손 끝 하나 움직일 수 가 없다.
발뒤꿈치 물집 생겨서 까지고 오른쪽 무릎에 제놀파스 부치고 천신만고 끝에 2시30분 장터목 산장 도착했다.
경주대 체대생들은 짐을 내려 놓고 왕복 2시간 걸린다는 천왕봉 올라갔는데 우리는 마음 뿐 휴식을 취했다.
내일 일출을 보려면 4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밥 해 먹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10월 9일 (목)

새벽 2시 반에 잠이 깨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오니 휘영청 보름달과 별들이 보석 같이 빛난다.
정말 신비하고 아름다운 밤이다.
바람이 차가운데 한참을 앉아서 별을 헤다, 두고 온 가족들과 사랑하는 서웅이를 위해서 기도했다.
다리가 많이 아파서 남들처럼 걷지 못할 것을 감안하여 우리는 3시반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찍 가면 정상에서 추위에 떤다고 좀 늦게 가는 것이 좋다고 말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도 나 자신을 모르니 여유있게 가자고 4시도 안되어 4명이 출발했다.
초반부터 바위와 돌로 급경사진 길을 달빛과 랜턴조명에 의지하여 헉헉 거리며 걸었다. 어제 천왕봉에 다녀온 체대생들이 길이 엄청 힘들다고 지금까지 온 길은 쨉도 안된다고 겁을 주었다.
깜깜한데서 1.7km의 길을 온 신경을 집중해서 진땀을 흘리며 걸었다.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복을 빌어야 한다는데 오늘은 바람도 없고 별은 초롱초롱 빛나고 맑은 날씨 일 것 같다.
통천문이라는 바위 틈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머리 바로 위에는 마당 같은 넙적한 바위가 올려져 있다.
“만약 저 바위가 내려앉으면 그대로 하늘나라에 갈 텐데 그러면 누가 보상을 해 주느냐?”고. “도지사가 물어주어야 한다”고 하니 “도지사가 당신 여기 오라고 했어요?”
어둠 속에서 긴장감과 실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한 시간 40분만에 드디어 1915m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이 감격을 핸드폰으로 알리며 새벽을 깨웠다
해 가 떠오르는 동편을 향하여 배낭을 깔고 앉고 바람이 차서 우의를 꺼내 입으니 아주 편안해 졌다.
정말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 드리며 일출을 기다렸다.
6시 25분쯤 되니 검은 산등성이에 손톱 만한 붉은 점이 보이더니 그 많은 지리산 봉우리들을 드러내며 투명한 홍시 빛깔의 불꽃같은 태양이 온누리를 비쳐온다. 우와! 그 찬란함과 위용! 눈을 뗄 수가 없이 가슴에 박혀 오는데
가슴이 막히고 눈물이 솟아나는 순수한 감격이다.
정말 이런 순간을 무엇이 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멋진 장관을 저에게 보여 주시다니요” 감사와 감격을 품고 기념 촬영하고 중산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급경사의 돌밭길을 내려오는데 무릎이 아파서 ‘악악’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심해서 살살 내려가라고 염려해 주었다.
옆으로 살살 내리 딛으니 무릎이 좀 덜 충격을 받는 것 같다.
8시에 법계사 근처 로타리 산장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밥은 어제 저녁에 잔뜩 지었고 북어국을 끓여서 김치와 김하고 먹으니 꿀맛이다. 학생들에게도 남은 음식들 다 나누어 먹고 홀가분하고 만족한 기분으로 다시 하산 시작, 계속 내리막길이라 계단만 보면 겁이 난다.
거꾸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조심해서 잘 가라”고 인사하며 의기양양 과거에 급제한 기분이다.
칼바위를 지나 계곡에 맑은 물이 선녀가 목욕했을 것 같이 신비하고 우리를 유혹한다. 지리산은 다 좋은데 물이 귀해서 마음대로 씻지를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런 물을 그냥 지나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간다.
벌금을 무는 한이 있더라도 용기를 내서 계곡에 내려가서 처음에는 손 만 씻다가 불쌍한 발도 담그고 머리도 감았다. 이 상쾌함은 날아 갈 것 같은 기분이다. “용기 있는 자 만이 인생을 즐길 수 있다”
다시 씩씩하게 걸어서 12시에 중산리 주차장 도착, 오늘도 거의 7시간은 걸었다. 산행 중에 못 먹어 본 산채 비빔밥을 먹고 동동주 한잔으로 우리의 대단한 산행을 마감했다.
1시 반에 학교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들의 대화“ 천왕봉 일출을 보지 못한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말자” 행정실장님의 제안“당분간은 우리 8명만 대화를 나누자”고 정말 우리는 가슴속에 큰 보물을 안고 보무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현실로 돌아왔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11-07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