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문학 가을호에 실린 외손자 민우의 글을 올린다.

많이컸지? 이젠 제법 의젓 하단다. 요즘 민우 자라는 모습에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단다.

함머니라고 나를 부른단다. 얼마나 예쁜지. 같이 예뻐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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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외손자 민우가 3살이 되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26개월이다. 20개월부터 어린이 방을 다녔으니 벌써 7개월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걸음마가 서툴러 큰아이가 밀면 대책 없이 넘어질까 걱정이 많았는데, 아가 풀잎반에서 23개월이 되면서 햇살 고운반으로 옮기면서 명실공히 큰 반 어린이가 되었다. 민우 보다 어린 아가들이 대거 들어오고 민우 보다 큰아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민우는 리원 어린이 방에서 제일 큰 반 학생이 되었다.

처음 입소 할 땐 혼자 떼어 놓고 오면 붙잡고 매달리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목이 터져라 울더니 이제는 아침부터 서둘러 옷을 입혀주면 현관문을 열고 먼저 앞장서서 걷는다. 비칠거리던 걸음마가 어느새 뛰어 다닌다. 넘어질 듯 하면서도 곧잘 균형을 잡는다.

맘마 엄마 아빠에서 이제는 꽤 많은 단어를 구사한다. 아퍼 호호 쬬아 안머거 빠방. 싫어 순간 순간 마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가관도 아니다.

어린이방 문 앞에선 배꼽인사를 하면서 안뇽을 한다. 그리고 빨리 가라고 손을 내젓는다.

어린이방 입소를 시키면서 근심걱정에 많이도 망설였다. 집에서 혼자 보살핌을 받던 아기가

혹시나 사고나 당하지 않을까? 이 아이 저 아이 같이 음식을 먹다가 배탈이나 나지 않을까?

아기가 환경 변화로 혹시 충격이나 받지 않을까? 아직 혼자 수저질도 서투른데 누가 먹여주는 사람 없이 밥이라도 먹을수 있을까? 1시부터 낮잠 시간인데 낯선 곳에서 자면서 슬퍼하지 않을까? 어린이방 보내면 1년 내내 감기등 잔병이 끝이지 않는다던데 괜찮을까? 아직은 집에서 혼자 잘 노는데 너무 일찍 내 보내는 건 아닐까? 우리 아이들 키울 땐 7살에 유치원 보내고 그 다음해에 초등학교 입학을 시켰는데 그래도 똑똑하게 잘 컸는데 너무 이른 건 아닌지? 벼라 별 생각에 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가 일단은 한번 보내 보기로 결정했다. 아기가 잘 적응 못하거나 힘들어 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국가에서 지원도 해주는데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처음 보내고 나서 적응 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때어 놓고 올 때마다 울고 매달리고 온통 울음바다가 되더니 3개월이 되자 어느 순간부터 바이 바이를 했다.

보롱 다른 아기들도 적응 기간이 그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낮잠 재우는 것도 애처러워 잘 시간 전에 데려오곤 했는데 가끔 놔둬 보니 잘 따라 하는 것 같아 자연스레 잠도 재우게 되었다. 이제는 아침이 되면 세수 하고 옷 갈아입고 신발신기가 바쁘다. 어린이방 가는 길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가는 길에 아빠 차 모양의 차가 서 있으면 아빠 차 하면서 손가락을 가르키며 두드린다. 어느 땐 계속 아빠를 부르며 문 열라고 해서 다른 아저씨 인 걸 확인하기 도 했다. 큰 차는 아빠차고 작은 차는 엄마 차다. 엄마 꺼 아빠 꺼 계속 가리키면서 간다.

집에서 먹을 땐 먹여주지 않으면 흘리는 것 반 입으로 들어가는 것 반인데 어린이 방 다니더니 혼자서도 잘 먹었다. 식사시간엔 집중해서 열심히 먹기만 했다. 조금 흘리면 지지 하면서 휴지로 닦기도 했다. 여러명과 먹다보니 자기 딴엔 신경 쓰며 조심 하는 듯 했다..

어린이방 보내기전의 염려는 기우였다. 생각보다 민우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자연관찰 학습시간 미술시간 공작시간 공놀이시간 알림장에 쓰여진 민우의 하루 일과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친구 생일잔치 날 케이크 촛불을 자꾸 민우가 불어서 3번을 다시 키기도 했다고 했다.

사진을 보니 자기가 주인공 인양 꼬깔 모자를 쓰고 중간에 서 있었다. 피해를 보기는커녕

생각보다 대장스럽게 친구들을 리드했다. 자기보다 어린 아가들이 울면 가서 안아주고 눈물도 닦아 준다니 착하기까지 하다고 선생님들이 칭찬했다.

5시 하원 시간이 되어 데리러 가면 친구들과 마주 앉아 잘 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대견 할 수가 없다.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뛰어 오는 모습은 마치 그림 속 아가 같다.

꼭 필요한 말들은 요즘 들어 불쑥불쑥 내 뱉는다.. 빨리 와 뜨거워 커 아니야 타요 내꺼 저리가 아버지 눈 코 입 발 머리 밥. 말이 연결이 안된다 뿐이지 자기가 필요한 말은 다 쏟아낸다. 점심을 먹다가도 더 먹고 싶으면 더 줘 하면서 밥그릇을 내민다니 이젠 아무데를 보내도 배고프게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얼마전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데 민우가 와서 저리가 하면서 밀었다. 발음이 정확해 어쩌나 보려고 “싫어” 했더니 “안돼, 저리가” 헸다. “여기 할머니 자린데” 했더니 어늘하게 “내거야” 했다. 말이 연결 되는게 예뻐서 “아이구 우리민우 예뻐라 이제 말도 잘 하네” 하면서 안아 주었더니 자기도 신기 한지 나에게 안기며 까르르 웃었다. 순간 순간 가끔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 그럴 때 마다 안아주고 칭찬해 주면 민우도 좋아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도 불쑥불쑥 내뱉어 주위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목욕하면서 발을 씻어주면 “발 ”하면서 발을 가르킨다. 코가 나오면 “코” 히면서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킨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이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냉장고 문을 열으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을 달라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우유”하면서 손가락으로 짚어 컵에 따라 주었더니 두 번이나 따라 달라고 해 마셨다. 그리고 싱크대에 컵을 갖다 놓았다. 이것저것 주면 “아니야”하면서 떼를 써 소통이 힘든 시기는 지났다. 어느새 자기 의사를 밝힐 줄 아는 아기가 되어 있었다.

자고 깨면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게 애들이라더니 어린이방 입소전과 지금의 민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좀더 지나면 말문도 트일 것 같다. 얼마나 예쁘게 말을 할지 지금부터 기대된다.

민우야 무럭무럭 자라서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가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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