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베이 오렌지 기차 정거장 앞..)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하는 친구가 방학을 기해서 보스톤의 딸을 보러 왔다고 하길래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습니다.

두사람 다 나그네 신세인데 이국의 도시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것이 참 즐거운 일로 느껴졌지요.

점점 더 친구가 소중해 지는 나이라서요.

 

중학교때 한반에서 그애는 반장을 하고 나는 부반장을 했던 때가 있던 친구인데

대학도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서로 다른 일로 얽혀 있어 대학 때는 거의 만난 적이 없고

그후에는 바다 건너 멀리 살고 자주 못 만나니 욕심처럼 가까워 지지 못했던 친구입니다.

아, 작년에 한국에 나갔을 때 친구 딸 결혼식장에서 보았기도 하고

시카고에도 한번 온적이 있고 이메일도 어쩌다가 한번씩은 하는 친구네요.

 

그 친구 딸이 보스톤 서버브에 사니까

아무래도 다운타운에 볼 것이 많으니 우리 아들 집 쪽으로 오라고 했지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 백 베이 정거장에 나가서 서성이면서 설레는 마음이 되었죠.

그러고보니 누구를 기다려 본지도 오래 되었군요.

         (아래 위 사진들은 친구와 프루덴샬 센터에 들어가서 거리를 내려다 보면서 찍은 사진)

   (보스톤 오리 관광버스가 내려다 보입니다. 그건 재작년 왔을때 타봤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인선아~하고 해맑은 친구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 친구의 모습은 묵은 앨범 속에 높은 도수의 안경과 함께 빛 바랜 사진속 미소로

깊이 새겨 있는데

내 앞에 나타난 친구는 품위있는 모습으로, 어릴 때 보다 더 단아한 모습으로,

예쁘고 군살 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백내장 수술로 평생의 안경 신세를 최근에 면했다네요.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한지 오래 되어 세월과 함께 더 세련되고

대학생 뒤지지 않은 날씬한 몸매가 규모있는 삶의 습관을 엿보게 하었고  

얼굴에는 평안한 미소가 여전히 입가에 남아 있는 모습.

                                                         (꽃 밭 앞에서 제 친구 참 아름답지요?)

 

이상하게 미국에서 사는 친구들을 만나면 덜 그러는데

한국에 살고, 또 한국에서 좋은 직업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

공연히 주눅씨가 속으로 지나가는 것은 왠일인지 몰라요.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언제나 참 부럽습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외모에 돈도 신경도 전혀 안 쓰고 사는 내 모습이

갑자기 한켠으로 걱정이 된단 말이에요.ㅎㅎㅎ

 

인생 후반에 빈 바구니를 든 나의 모습은 어떻구요?  하지만 알 것 다 아는 사이,.

중 고등학교 6 년을 같은 교정에서 지낸 것은 거의 형제자매 관계에 맞먹는 것이니까요.

더구나 대학까지 10년... 보통 인연이 아닌데 쓸데 없는 비교따위를 하다니 말도 안되죠. . 

 

누구나 인생에서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는 법,

이 나이쯤 되면 분복에 감사하고 못난 자아를 용서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의 자랑의 근원은 내가 아니라

죄와 수치로 얼룩진 나의 삶을 받으시고 나름대로 축복해 주신 주님뿐!

혹시 누가 아나요? 앞으로의 내 인생이 지금까지와 달리 더,멋진 것으로 펼쳐질지도...ㅎㅎㅎ

 

(오른 쪽 건물이 크리스챤 사이언스 교회당..1894년에 세워진 첫번 교회당에 바로 붙어있는 교회당은 1906년에 지어짐)

 

당연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우리의 관심사야 이제는 자식들 손자들에 이어지니 공통된 화제가 많을 수 밖에요.

프루덴샬 센터 일본 식당에서 점심부터 사먹고

우리는 그냥 발길이 닿는대로 걷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구경거리가 될만한 크리스챤 사이언스 교회당을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배울 것도 많았고 볼 것도 많은 곳이었어요.

교회내 캠퍼스는 보스톤 시에서도 가장 평화롭고 뛰어난 경관을 제공하는 곳이었어요.

1879 년에 시작된 교회로 누군가 역사를 뛰넘는 안목이 있어

이렇게 요지 중의 요지를 그렇게나 널찍히 자리잡은 그 교회는 많은 이야기거리가 숨어 있었어요.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아줌마(메리 베이커 에디여사)가 40 대에 병이 걸려 죽게 되었는데

예수님을 만나 기적적인 방법으로 병고침을 받고 성경에 눈이 떠져서

추종자들을 얻게 되고 점점 세력이 커져서 교회를 이루고 종파를 이루고

그렇게도 아름다운 교회당을 보스톤에 남겼다는 이야기.

90 살에 죽을 때까지 50 년 가까이 동안에 이룬 업적은 참으로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크리스챤 사이언스는 현대 의학과의 갈등과

약간의 교리 때문에 메인라인 교파에서 제외되었기는 하지만

죽음과 삶의 권세자이신 하나님을 높인 점,

병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고치시는 주님을 알린 점 등

소리쳐 우리를 깨우치는 힘이 있었습니다.

                                      ( 교회 파이프 오르간은 세계에서 열 손 가락안에 드는 굉장한 것이라고 함)

 

자원봉사자들인지 날마다 모여드는 관광객들에게 역사를 이야기 해주고

신 교회당과 바로 붙어있는 구 교회당을 안내하여 보여 줌으로

자연스런 전도활동을 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아무리 종교에 문외한이라도 워낙 장엄하고 아름다우니까 절로 마음이 열릴 것 같습니다.

 

교회당 앞 마당에는 나무 그늘아래 의자들이 있어서 다리를 쉬면서 앉아서 이야기를 한참 하였습니다.

안 들어가 보았지만 도서관도 부속건물도 아주 크고 굉장했어요.

현대식 교회건물은 1971년도에 지어졌고요.

 

우리 집에 들어가 저녁이라도 먹이고 보내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하여 섭섭한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나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습니다. 아들부부에게 갖다 주라고.

겨울방학에 또 온다는 친구.. 딸이 11월에 출산 예정이라는군요.

그때 또 다시 만나면 참으로 더 반가울 것 같아요.(2011년 8월)

                                      

위의 세 장면은 1906 년에 지어진 교회당 내부..얼마나 웅장한지...
 

이것은 첫번 세워진(1894년) 교회당내의 스테인드 글래스 중 한 장면.

돌에 새긴 말씀들, 나무에 혹은 스테인드 글래스에 최고로 공들인 예술품들이 가득한 교회당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교회당 전면에 있는 나무 그늘에서 쉬는 친구)

(아이들의 분수라고 이름 지은 놀이터가 바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여름내내 이 동네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