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시간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순정녀`라는 프로가 있다.순위 정하는 여자를 줄인 말이라 한다.

무슨 순위를 정하나 호기심이 생겨 보았더니 출연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길거리 사람들에게 앙케이트를 한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시집 가서 남편에게 밥을 제일 잘해줄 것 같은 사람은?, 시어머니들이 좋아할 며느릿감은?, 남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여자는?, 등의 질문의 답을 모아 순위를 것이었다.

출연자에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가감없이 일등에서 꼴찌까지 순위를 정해 공개하는 프로였다.

순위를 정하다니... 대학 때는 학점은 있었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처럼 순위를 정하지는 않았었으니까 성적으로 순위를 정하는 학교생활을 마친지 4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위를 정하는 태도가 매정하게만 보였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여러 초등학교에서 온 친구들이 일 주마다 성적 순서대로 교실에 앉아야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주루룩 앉쳤던 선생님들은 그렇게 해야 일류학교에 많이 보낼 수있다는 오직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생각 뿐이었겠지만 당하는 학생들의 상황은 비참한 것이었다.

실제로 그 후유증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열등감과 자학증세가 그때부터 생겼다는 것이다.

 성적이 떨어지면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을뿐만 아니라 물바가지 세례를 준 가혹한 선생님도 있었다 한다.

어쨋든 첫째 분단에 앉은 아이들이 들어가는 학교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시절에는 성적지상주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순정녀`의 길은 남아 있었지만.

언젠가 어느 여자 고등학교 교실에  `여러분의 수능 점수에 따라 남편의 직업이 바뀝니다`라고 급훈을 부쳐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실화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과연 그런 급훈을 부칠 수있는 선생님에게서는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TV 프로그램 `순정녀`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현실을  과장되게라도 부풀려 시청자를 웃기는 게 포멧이다.

억지를 써서라도 시청자들을 웃겨서 시청률만 잘나오면 되는 프로그램이다.

교양이 낄 여지가 없는 일개 프로지만 타이틀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 삶 속에 알게 모르게 `순정녀`들의 경쟁은 있지 않나 둘러보게 된다.

남편 잘만난 순위,돈많은 순위,예쁜 순위,자식 잘키운 순위......

이런 순위들이 은연 중 우리를 옥죄이며 불편하게 만드는 소인(素因)이 될 것 같다.

사실 우리 사회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암암리에 양해하고 있고,

아닌 척하면서도 돈 많이 번 사람들을 우러러 보는 분위기가 아니던가.

또한 우리나라처럼 얼굴 성형이 일반화된 나라가 세상 천지 어디 있을까?

 예전에 못생겨서 죄송하다는 말로 인기를 얻은 코미디언이 있었는데 지금의 세태에서 보면 그는 대단한 선구자이다.

 못생기면 대역죄인 게 요즈음 세태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이 되는지 모르겠다.

 

 순위 정하는 내용을 다음과 같은 것으로 해보면 어떨까.

 책 많이 읽은 순위,마음 부자의 순위,봉사활동을 많이한 순위,예술을 사랑하는 순위,

성실한 순위, 부지런한 순위,정직하게 사는 순위......

구태여 순위를 일일이 정할 필요없는 내용들이다.예 혹은 아니오의 답이면 충분하다.

 

유럽의 어떤 작은 도시에서는 명화가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막기위해 도시민 전체가 모금운동을 벌인 일이 있었다.

예술 문화에 가치를 아는 시민들이 벌인  멋진 시민운동이라 할 수 있다..부러운 일이다.

명품을 걸치고,들고,차고,꼈다고 해서 그사람이 명품이 되느 것은 아니다.

더구나  서울의 어느 특정지역에  산다고 문화인이 된 것도 아니고 더구나 일등시민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잘산다는 것에 보여지는 것들(아파트,자동차,명품 가방...)이 잣대가 되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등수 안에 들고 싶은 사람들의 본능이 아우성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성경에 어두워 바른 인용인지 모르겠지만  소돔과 고모라의 도시가 될 것이다.

 

TV 속에서  자신을 상품화 시켜 좋은 순위가 되려고 다투는  여자 연예인들을

 낄낄거리면서 희롱하듯 다루는 남자 진행자를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면서,  

단순하게, 보여지는 것  물질적인 것들로 순위를 정하지 않는 사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교양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