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으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별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 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



*폴란드 최초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자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여류시인으로 1996 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상을 안겨주면서

 모짜르트처럼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융장함을 겸비한 시인이란 찬사를 했다.

인간의 실존에 대한 시인의 명쾌한 자각을 드러내는 시다.

우리를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꼭 닮았지만 알고보면 분명히 다른 존재임이 분명한 두 개의 물방울에 비교하여

개개인이 고유한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