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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찾아 사천마일을 달리고 달렸습니다.

우리의 메말라 가는 정서에는 자연이 주는 감동만큼 좋은 약이 없기에

나이가 들을수록 더욱 더 자연과 친하고 싶어지나 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주일을 쉬며

아름답기로 유명한 그 근방에서 여기저기 다니고 걷기도 하며 놀았어요. 

그후 오레곤의 크레이터 호수, 워싱톤 주의 세인트 헬렌 산, 레이너스 산들을 구경하고

 

씨애틀에서 딸 가족과 만나서 밴쿠버와 빅토리아 섬을 같이 들렀다가 아이들은 집으로 보내고

다시 우리 부부만 포트랜드의 콜롬비아 강가 멋진 풍경과

캘리포니아 북쪽 서해안을 구경하고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사흘을 지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장장 석주일, 23 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글쎄, 집에 와서 보니 4500 마일이나 뛰었더라구요.

감동 찾아 떠난 길인데 과연 많은 감동을 선물로 받고 돌아왔어요.

너무나 많은 경관들을 구경하고 돌아와서 총정리하여 올릴 이야기가 무궁무진 하여졌습니다.

빨리 올리지 않으면 잊어버릴까봐 마음은 초조한데

오랜만에 집에 오니 풀어져서 자꾸 쉬고 싶어지네요.

완벽한 날씨와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그 많은 멋진 광경들...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갈까...하다가

요세미티 마지막 날의 멋진 광경부터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틀동안 요세미티 구석구석 다니며 구경하고

마지막 날에는 요세미티 동서쪽 코너에 숨어있는 헤치 헤치(Hetch Hetchy) 라는 계곡으로 갔습니다.

지도로 보나 사람들 왕래를 보나 시시한 것으로 알고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참으로 좋아서 마지막 여행을 멋지게 장식하였지요.

 

헤치헤치는 호수들과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짧고 긴 수많은 산책로가 펼쳐지는

꿈 속의 하이킹 코스처럼 최고의 멋진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좋았던 것은 역시나 빼어난 경관이요, 풍부한 물이었고, 

물보라에 떠오른 무지개와 쌍무지개를 실컷 보았고 수천 마리의 나비를 보았어요.

그렇게 야생 나비가 많이 날아다니는 것을 본적은 처음이었어요.

사슴도 구경했는데 곰 세마리는 구경할 뻔 하다가 놓치고요.

실은 눈을 맞추고 구경하려다가 해를 당하면 어쩌냐고 겁주는 바람에

이 겁보가 아예 고개를 돌리고 그 지점을 지나갔대요...ㅎㅎㅎ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일부인 이곳에도 역시 폭포가 세개나 또 있어서 폭포 구경 한번 실컷하였답니다.

요세미티 빌리지 근방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이곳은 파킹장도 넓고 한가해서 좋았구요.


그곳에 도착하기 직전 자동차 전면으로 비쳐지는 이런 광경을 처음 볼때 

그 어떤 모습이 앞에 있을까하는 기대로 점점 부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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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파킹을 하고 두 줄기 폭포쪽으로 내려가는데 엄청 큰 호수와 댐이 보이는 것이었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식수를 공급하는 오셔우네시 댐 위에 긴 다리가 있었고요. 아.. 바람이 시원하였어요.   

완벽한 날씨와 함께 부는 바람이 얼마나 상쾌한지 기억나지요? 그런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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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에서 쉴새 없이 떨어지는 물과 물보라, 그 위에 무지개를 볼수 있었어요.

각도에 따라서는 쌍무지개를 볼수가 있었습니다.

많은 물소리가 우렁차게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었어요. 지금도 그 소리가 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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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막아놓고 사람들만 통행이 허락되는 한가한 그 다리 위 반대 쪽에서 보는 광경은

어느 신선이 놀다가 간 것 같이 고요하고 아름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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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에 넋이 나가고 이곳을 빼놓고 왔더라면 어쩔뻔 했나며 동행했던 친구들과 안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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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그 이름답게 비슷한 산세 이면서도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리 끝에는 터널이 있었는데 물도 여기 저기 고여있는 낡은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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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굴터널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이렇게 산책로가 열리고 걷기 좋아하는 남편은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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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수천마리의 나비들이 아무데나서 날아 다니고 있었고 공기가 그렇게나 맑을수는 도저히 없었습니다.

자동차들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그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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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나비는 내 옷깃에도 앉아 보려다가 살짝 비켜가서 엷은 보라빛 꽃으로 사뿐히 날라가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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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야생화가 여기저기 피어있는데 물이 흔해서 그런지 크게 나무로 자란 야생풀들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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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가 너무나 멋들어졌지만 문제는 너무 길게 연결이 되어 와파마 폭포까지 입구로부터 5 마일이나 된다는 것이에요.

우리가 걸어갔던 지점에서 폭포가 잘 보이는 지점까지 일마일 반, 즉 한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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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위 사진에서 사슴을 찾아보세요! 두 마리가 겅중거렸는데 간신히 한 마리만 잡았어요.

이곳은 야생 동식물의 보물창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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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수지의 특징은 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어요. 알고보니 식수 오염방지를 하기 위해

보우트 타기나 수영이 금지가 되었다고 하네요.

심지어 강아지나 고양이도 야생동물에게 위협이 될까봐 금지 하였다고 해요.

그러나 고기잡이 만큼은 연중 허락된다고요.   

 

이 작은 배가 한번 지나가더니 오랜시간 그곳에 있는 동안 더 이상 아무 배도 나타나지 않고

고요함 자체를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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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다른 곳에 비교할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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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댐의 뒷 모습을 잡았습니다. 저기 왼쪽 끝에서 댐 위를 걸어서 터널을 지나서 한참을 걸어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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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지판은 처음이에요. 철판에 구멍을 내서 글자를 기록했더라구요. 와파마 폭포까지 일마일 반이 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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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셋은 도중 하차하고 바위 위에 누워서 낮잠을 자기로 하였습니다. 따뜻하고 평평한 바위에 누었었어요.

절대로 못 말리는 남편 혼자 폭포까지 다녀 올 동안 노래를 부르며 쉬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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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동산 숲속은 우거지고

장미꽃은 피어 만발 하였다.

옛날의 노래를 부르자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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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가 왜 생각났는지 모르지만 거의 완벽한 가사가 생각나는 바람에

자꾸 자꾸 소리내어 부르면서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옛날 노래들은 한 가락이 생각나면 고작이고 가사를 몰라서 늘 헤매는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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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물이 흐르고 작은 폭포들이 생겨있습니다.

기다리기 지루해지려 할때 부지런히 하루 두어시간 걷는 일정을 초과 달성한 남편이

흐뭇한 미소를 띠고 돌아왔어요.

한참 배가 고파지려고 할 때여서 나무 그늘 피크닉 테이블에 가서 준비한 맛있는 점심을 함께 들었어요.

맑은 공기를 반찬삼아 식욕이 넘쳐나고...

 

이제 점심을 먹고 나면 아름다운 숲속을 헤쳐 가며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아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정말 완벽한 날씨로 축복해 주신 주님께 감사한 마음을 드렸구요.

떠나오기 섭섭하여 전경을 수없이 돌아보고 사진들을 찍어 왔습니다.(2011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