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다 이제 좀 날씨가 다시 따땃해졌구나.

모두들 편안한 나날을 보내기 바란다.

외손자 민우가 어느새 34개월이 되었네.

32개월에 쓴 글이야.

재미있게 읽어주기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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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꺼야

 

 

 

“민우야 밥 먹어.”

“응. 쪼금만 있다가.”

밥상을 차리다 말고 딸과 나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지금 민우가 대답한 것 맞아.”

“그런 것 같은데.”

32개월의 민우가 놀이방에서 대답한 말이다.

요즘 들어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깜짝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기껏해야 “알았어”거나 “네” 정도 였는데 오늘은 큰아이처럼 대답했다.

어느새 자기 의자에 앉아 의젓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민우 밥 먹으러 왔어. 많이 먹어.”

국과 밥을 떠주자

“아! 맛있겠다” 숟갈과 포크를 들고 민우가 밥을 떠 먹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딸과 나는 넋을 잃고 민우의 밥먹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민우가 먹다 말고 숟갈을 내려 놓았다.

“뜨거워.”

얼굴을 찡그리며 하는 말이 너무 예뻐서

“그래, 뜨거워? 어디 보자.”

조금 떠서 맛을 보니 약간 따끈했다.

민우는 뜨거운 것을 못 먹는다. 미지근해야 잘 먹었다.

“아이구 따끈하네. 할머니가 불어줄게.”

후후 내가 불자 민우도 따라 불었다.

“자, 다 식었어. 이제 먹어도 돼.”

“다 식었어. 아 이제 안 뜨거워.”

요즘 보통 민우와 내가 하는 대화의 수준이다.

단어가 그때그때 적절하게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발음도 정확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말이 연결이 안 돼 손가락을 많이 썼는데 요즘엔 거침없이 말을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보기만 하면 부등켜 안고 “내 거야” 하면서 아무도 못 만지게 했다.

눈썰미가 얼마나 좋은지 아빠꺼 엄마꺼 할머니꺼가 정확하다.

거실의 쿠션은 할머니꺼다. 아빠도 엄마도 못 만지게 한다. 대신 엄마 아빠 물건도 정확하게 구별해서 다른 사람이 손대면 뺏어서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웬만한 건 다 내꺼다. 어느 땐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아니야 이거 민우꺼 아냐. 이거 할머니꺼야.”하고 뺐으면 “아니야 내꺼야 이거 민우꺼야.”하면서 절대 놓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물건 있는 곳에 가져다 놓는다.

음식을 먹다가도 맛이 있으면 “할머니 맛있어” 한다.

“맛있어?” 하고 물으면 “응, 맛있어.”하면서 머리를 끄덕인다.

어찌나 잘 먹는지 자기 입에 맞으면 하나도 안남기고 다 먹는다.

그 대신 입에 안 맞으면 절대 안 먹는다. “안 먹어 ” 한마디 하고는 다시는 쳐다도 안 본다.

말을 하고 나서부터는 고집도 늘었다.

아침에 가끔은 떼를 쓴다.

“나 안 갈거야. 나도 집에 있을거야.”

어린이방 안가겠다고 떼쓰는 말이다.

“안돼.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공부 해야지.”

야단을 치면 주먹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옷을 안 갈아 입으려고 발버둥친다.

어느땐 날이 궂거나 추우면 못이기는 체 집에서 놀게도 하지만 습관이 될까봐 웬만하면 억지로 라도 가방을 챙겨 보낸다. 보낼때만 힘들지 일단 보내고 나면 적응도 잘 하는 편이라 오후에 데리러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할머니” 부르면서 뛰어 와서 안긴다.

아직 어린 아기인데 자긴들 오고 가기가 번거롭지 않을까만 너무 일찍 집을 나서는게 불쌍하기도 했다.

집에 오면 민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요즘 들어 제일 좋아 하는 장난감이 4가지다.

폴리 앰버 로이 헬리.

폴리는 경찰차다. 앰버는 앰블런스고 로이는 소방차 헬리는 헬리콥터다. 헬리콥터를 높이 띄우고 그 밑으로 폴리와 앰버 로이가 달리고 있다.

“할머니 앰버가 다쳤어요. 로이가 불 끄러 가고 폴리도 왔어요.” 혼자 이차 저차 들었다 놨다 하면서 앵앵 소방차 소리도 낸다. 장닌감들의 이름도 정확히 외우고 있다. 어느 땐 놀다가 무슨 심본지 장난감들의 팔과 다리를 다 떼어 놓는다. 그리고 불쌍한지 치료 해야 한다고 들고 다닌다. 남자라 그런지 민우는 장난감이 다 자동차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항시 민우가 해채한 장난감은 저녁에 퇴근한 아빠 몫이다. 다시 다 조립해서 원상 복귀 해 놓는다. 어느 땐 부속 하나라도 없어지면 어디에서 찾았는지 다 들고 온다. 그리고 아빠가 수리 하는 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그러다 원 상태로 돌아오면 “됐다 ” 하면서 좋아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가 또봇중에 X를 내가 Y를 사주었다. X는 노란색, Y는 파란색인데 로봇도 되고 조립하면 자동차도 됐다. X Y 가 생기자 먼저 장난감 폴리 앰버 로이 헬리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잘 때도 두 개를 양팔에 안고 자더니 이모가 바이클론즈 에어로를 선물하자 이번엔 X Y 는 저리가라가 됐다. 별자리 중에 양자리와 사자자리 모양으로 만든 변신로봇을 애리즈와 리오라고 하는데 그 모양이 재미있게 생겨서 그런지 이번에는 두 개만 가지고 놀았다.

그 이름들이 특이해 기억할까 싶은데 한 개도 안 틀리고 얼마나 잘 갖고 노는지, 요즘 아이들의 장난감은 첨단을 걸었다.

“할머니 앰버 어디 갔어.” 찾으면 아는 척 하며 갖다 놔야지 무슨 소린가 하고 의아해 하면 아이가 이상하게 보기 쉽상이다. 이젠 할머니 노릇 하기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아니면 멍청하게 보일수도 있다.

졸지에 손자와의 수준 맞추기도 신경을 써야 하니 어느 땐 세대차 라는게 이런 것인가 하고 쓴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부터 이러니 앞으로 또 민우의 성장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을지 씁쓸하다.

그래도 혼자 놀고 있는 천사 같은 모습을 보면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

이제 4살. 요즘은 미운 7살이 아니라 미운 4살이라고 하고, 유아 사춘기라고도 한다. 아직은 그렇게 미운 짓은 안하지만 갈수록 말을 안 듣는 다고 하니 지나 봐야 알 것 같다

민우야 미운 짓 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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