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끝자락이 지나는 아침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친구들 보고픈 마음은 궂은 날씨도 마다않고 미사리 영희네 집에 모였다.

 

힘들었던 시간을 꿋꿋하게 이겨낸 영희가 환한 얼굴로 우르르 들어서는 우릴 반긴다.

빨간 점퍼가 화사하게 어울리는 재숙이의 건강한 미소가 오늘따라 무척이나 좋아 보인다.

헤숙이의 짱짱한 목소리와 순자의 넉넉한 웃음을 안고 13명의 친구가 함께했다.

 

밥하기 싫증난 아줌씨들이  점심에 맛있는거 시켜먹자며 들어선 순간

영희의 수고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는 화려한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여기에 혜숙이가 직접담근 고추향이 알싸하게 밴 상큼한 오이지 , 영규와 정숙이가 해온 입에 착착 감기는 구수한 떡

신혜숙이 솜씨발휘한 아작아작한 오이소박이와 호두가 어울어진 멸치 볶음 등등 ......

 

마치 요리 경연 대회에 온듯한 다양한 메뉴로 어디에 먼저 손이 가야할지 모를 지경이다.

몇십년 노하우가 쌓인 서로의 비법을 전수하며 오후의 만찬이 무르 익는다.

 

멀리 창밖너머 보이는 한강엔 아스라이 깔린 안개가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하고

명옥이의 매끄럽고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첫사랑 낭만이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은   운치있는 미사리 카페가된다.  

 

때맞춰 정숙이가 내온  향긋하고 감미로운 커피향에 취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아름다운 화음이 어울어진다.

유월의 숲처럼 싱그러운  친구들은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합창을 이뤄낸다.

 

연이어 이어지는 추억의 노래는  우정의 빛깔로  만들어낸 조촐한  음악회가 되었다.

 여운이 길게 남는 비오는 날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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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자 , 신혜숙 , 김정숙 , 오경옥 , 홍미화 , 이보월 . 유영희 ,

                             유명옥 , 신영순 , 한혜숙 , 김영란 , 이영규 , 김재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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