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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리조나엔 일찍 봄이 찾아 온다.


이른 봄도 좋고 따뜻한 것도 참 좋지만


반기지 않는 잡초도 함께 찾아와서 봄부터 여름 가을 내내 잡초 등쌀에 괴로움도 시작하는 것이다.


아니, 실은 재 작년까지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몸이 딱딱해져서 굽히지를 못한다나 어쩐다나, 말도 안되는 구실을 붙여 엄살피는 남편의 도움 없이도


나 혼자 틈틈히 뽑아주면 그럭 저럭 감당할만 했고 창피를 면할 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한번 우리 뒷뜰이 완전 잡초 밭으로 변했던 일이 있고나서 문제가 보통 심각해 지지 았았다.


게으른 남편이 구부리기 싫다고 잡초를 뽑지 않고 제초제를 사서 뿌려주는 것만으로 해결하려다가  


최악의 상태가 되도록 망쳐 버렸던 것이다. 


내가 딸 집에 가서 없던 그 육개월 동안 잔소리 하는 사람도, 거드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번 그렇게 성했던 잡초는 부지런히 기하급수적으로 씨를 퍼쳐서


내가 와서 일망 소탕 작전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가을에 잡초에게 우리가 먹힌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아무리 뽑아도, 제초제를 뿌려도 해결이 안되어 그 무성한 생명력에 기가 질려 버리고 말았다.


 


블란서 친구는 우리에게 충고하기를 가을에 제초제를 열심히 주면 봄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사람 말이 이번에는 안 맞았다. 그 모든 것을 제초제로 죽이려면 돈도 많이 들어서 


한통에 20불이나 하는 제초제를 들여 붓듯 뿌린다 한들 살짝 기절했다가 뿌리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

 

정말로 기가 질리고 징그럽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겨울에 추워지니 잠시 잡초 걱정을 잊었었는데 지난 이월 초부터 다시 잡초가 우리를 향해 전쟁을 선포해 왔다.


그렇게나 빼곡하게 머리를 들고 일어 나다니, 도저히 근지럽고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나 신기한 방법인가! 돈도 하나도 안들고 너무도 쉬운 비결을 배웠으니!


마침 이월 말에 한국에서 오신 우리 이모가 시원한 해결책을 내 놓으신 것이다.


아직 어린 새 잡초들은 젓가락으로 뿌리를 헤쳐 놓기만 해도 다 타 죽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 이모는 세상살이에 빠삭하신 분이고 왕년에 시골에서 농사도 지은 적이 있으시니까 ... 


반신반의 하면서 보여주신 대로 그렇게 해 보았다.


뽑지 않고 그냥 나무 젓가락으로 휘젖는다니 너무도 쉬운 일이었는데, 

 

믿을 수 없게도 하얗게 내리던 뿌리들이 말라 붙으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초제를 하나도 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런 놀라운 효과를 얻으려면 천불을 써도 안 되었으리라.


 


남편과 함께 아침녘에 2-30분씩 그렇게 한지 두세 주 안되어 그 기승부리던 잡초들이 기세가 꺽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 아예 눈에 띄이지 않게 되었다.


요새는 눈에 불을 켜고 샅샅이 살펴보아야 간혹 하나씩 둘씩 비실대며 자갈 속에 숨어있을 뿐이다..


땡땡땡! 잡초와의 전쟁은 완전 우리편 승리!ㅎㅎㅎ 덕분에 남편과도 화기애애! ㅎㅎㅎ

 


그러다보니 정원 돌보는 일이 재미나고 행복해져서 요즈음은 아침마다 공연히 삼십분쯤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잡초뿐 아니라 꽃들도 더 정리가 되고, 관심을 가져주니 나무들도 알아보게 기름져 진다.


이런 상황에 얼마나 안도감이 느껴지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는 오렌지도 많이 수확할 것 같고 석류도 새에게 빼앗기지 않고 수확할 자신이 생긴다.

 

심지어 평생 성공 못해 본 터밭 가꾸기에도 도전장을 내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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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싸움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날마다 조금씩 무언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 하는 것!


사람의 손은 참 무섭다는 생각도 해 본다. 절대로 잡초가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이렇게 자라기도 전에 뒤집어 놓으면 아무리 끈질긴 잡초라도 뿌리 내릴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잡초를 뿁으면 꼭 드는 생각이 하나 더 있다.

 

마치 잡초가 없어지면 내 마음도 깨끗해 지는 것만 같은 것!

 

"잡초야 너는 우리 집에 못 산다!" 라고 의기 양양하면서  

 

내 마음 속에 쉴새 없이 일어나던 마음의 잡초들도 깨끗하게 될수 있다는 희망까지

 

덤으로 얻은 것 같아 자축하는 아침이다.


(2011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