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에도  봄을 꿈꾼다면 어떤 내용들로 채워질 것인가.

또는 과연 아직 꿈꿀 수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한지 영화를 보는 동안 들었던 생각이다.

 

결혼 삼십년이 훌쩍 넘은 부부 이야기가 영화 `호프 스프링즈`의 줄거리.

애들은 다 출가하고 달랑 둘만 남아 사는 우리 또래와 같은 상황.

키티(메릴 스트립)는 나날이 무지 외롭다.

남편과 각방을 쓰는 것이 문제라 여기며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부부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적금을 깨서 거금을 들여 등록한다.

 그런 거엔 절대 동참할 수 없다는 남편의 거센 반발을 겪지만 결국 함께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면서 부부의 상황은  일진일퇴(一進一退)하며 나아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영화에 나오는 단지 성(性)에서 문제풀이를 하려는 점에는 완전히 동조할수는 없었지만

노년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으로 살아야 행복할까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이다.

 

연극으로 꾸며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만큼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부부의 심리를 정신과 의사가 파헤쳐가는 과정도 눈길이 가고

점점 속을 열게되는 남편의 변화도 재미있다.

 

쿵쾅,짠짠거리는 부산스런  영화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게 강추하고싶다.

과연 메릴스트립이 나오는 영화는 관객을 배반하지 않는다.

 

다시 영화 제목을 생각해본다.

`hope springs` (희망의 샘이라 풀이하면 맞을라나?)

호프 스프링즈란 원제가 어설픈 한글풀이보다 가슴에 이거다 하고 닿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사실 샘(springs)에는   중의적(重意的) 의미가 있는데

영화에서는 지나치게 성(性)에 촛점을 맞췄다는  아쉬움이 있다.

노년에도 부부문제의  모든 것을 프로이드의 학설로 풀어야하는 것일까?

어쨋든 늙은 나이에 주눅들지 않고 늘 봄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은 아름다울 것 같다.

또 마르지 않는 감성의 샘물을 품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얼마 전 우리집 벽에 걸어놓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three ages`  

젊고 아름다운 엄마가 귀여운 아가를 배위에 눕혀놓고 있는데 할머니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할머니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모녀을 받치고 있는 할머니의 몸이 보이고 머리카락과  손이 보인다.

 

 아이들을 받치고 있는 존재가 우리의 현실아닌가.

희생하며 보람을 찾자는 상투적이고 교훈적인 얘기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헌신하며 한편 찾을 수있는 나만의 꿈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답을 듣고싶다.

 

아! 사족(꼭 밝혀야 하는)

이 글을 쓰면서  영화 제목에서도 오류가 있었고 클림트 그림도 그러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류된 것들에  더 큰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느낌 흉년에 얻은 횡재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우(愚)를  저지른다.

부디...........................플리즈익스큐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