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의 여인들이 버스를 탄다.38명의 여고 동창.

학교를 졸업한지 45년,세월의 두께 안에 들어있는 그들만의 사연은 얼마나 구구절절일까?

 

봉평 허브나라 가는 날.

출발 지점인 인천에서 버스를 타려고 모여든다.

출발 시간은 6시 30분.한명이 늦는다.5분을 기다리고 가차없이 버스는  떠난다.

서울에서 타는 친구들 중에도 또 한명이 늦는다.지하철 역에서 몇번 출구로 나온다는 핸펀 받는 즉시

 버스는 슬금슬금 그곳으로 이동 그 친구 발견 즉시 낚아채듯 태운다.

우리들은 정확한 너무도 정확한 칼들이다,

 

TV에 나오는  여고 동창들은

은근히 남편자랑 자식자랑 보석자랑  혹은 흉을 가장한 각종 자랑질로 점철돼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다르다. 

버스에서 J가 말한다.다른 모임에서 우리가 남들보다 월등히 잘난척하는 거로 비추는데

그건 잘난척이 아니라 잘나서 그런거라고.

그래서 동창회에 오면 편한거였군  동족들이 우글거리므로 ㅎㅎ.

 

버스는 달린다

마이크를 잡고 웃기는 친구는 있되 가무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갔던 애들 학교 엄마들의 야유회, 버스안에서  죙일 방방 뛰며 춤추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커튼까지 치고 맹렬히 관광버스춤을 추던 그녀들... 버스가 흔들거려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오대산 상원사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서인가 많이도 매달려 있는   예쁜 등들이 한껏 화려하다. 

불자인 몇몇 친구들은  법당에 들어가 기도하고

우리들은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절 주위에서  전망을 바라보며 즐긴다.

산이 가장 예쁜 계절이다.

수줍은듯 아련해보이는 산 자태를 보며 우리 햇아가를 볼 때마다 짓는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아주 맛난 음식을 먹는 즐거움

각종 나물과 손두부 그리고 어머니 맛 된장 찌개를 먹으며 마음이 힐링된다

같이 음식을 먹는 친구들이 어떤 친척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천장이 유리로 돼있는 홀에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와 색스폰 연주를 듣고

잠깐 아주 젊은 시절로 돌아간듯한  데쟈뷰 현상.

그래서인지 순간 그녀들의 45년이 한편의 소설처럼  그려졌다.

 

돌아오는 버스 안

H가 우리 모두 집에서는 수령에 위치라고 말한다.

그 으스스한 수령이란 단어가 왜 그리 귀에 쏙 들어오는지.ㅎㅎㅎ

그래, 이 나이에 그만큼 가정경영을 했으면 수령에 위치에 올라 대우를 받아야하고말고.

평생 솥뚜껑 운전수를 할망정 수령으로서 하는 것과 무수리로서 하는 것은 다르고말고. 

버스에 여기 저기서 핸펀이 울린다 남편분들께서 모시러 오신다고.

 

이번 여행의 화두는 포용이라 했지?

짧은 일박 이일이었지만 배려가 깊이 배어있는 그대들의 매너에서

곧 그  무엇도 포용하고말 내공을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을 차지게 사는 것같은 그대들이 있어 행복하다.

동류항을 만들 수있는 그대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스스로의 수령이 되어 자신을 오지게 연마해가는 그대들이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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