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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 9일의 알래스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알래스카를 가 보리라고는 생각조차 한 일이 없는데 우연찮게 가게되어

바다 위에서 눈뜨고, 밥 먹고, 잠자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다녀 온 사실이 꿈만 같은데,
사진을 컴에 올리니 현실감이 돌아옵니다.


* 출발

새벽의 LAX 공항은 안개에 쌓여
붉은보라, 연보라색의 야광 기둥들이 환상적이었고
타야 할 비행기 알라스카 에어라인 터미널에는 이른 새벽에도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술렁거림.... 떠남이 실감되는 순간입니다.

여름에 캐나다 쪽의 록키 산으로의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교우가 알래스카로 크루즈 여행을 한다기에, 선뜻 신청을 해 버렸습니다.
크루즈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얼마나 멋질까?
6개월은 밤이 계속 되고, 6개월은 낮이 계속 된다는, 상상이 되지 않는 알래스카,
그 곳은 지금은 백야라는데 한 번 쯤 가 볼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온 타임에 비행기가 이륙하고
뽀얀 안개 속으로 햇빛이 비칩니다.
내려다보이는, 땅 위의 집과 길은 어쩜 저리도 질서정연 할까요?
안개를 뚫고 구름위로 오르니, 산뜻하게 맑은 푸른 하늘이 거기 있었습니다.
서쪽 창가에 앉아서 북으로 날아가며, 아래를 내려다 보곤 합니다.

엘에이에서 시애틀까지의 비행 동안
산과 구릉과 호수가 지나가고, 몇몇 산꼭대기에는 눈이 쌓여있습니다.
2시간이 지나자, 벌써 도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가 도시 깊숙이까지 들어 온, 만의 초록 물빛과,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시애틀의 다운타운이 보이고 전망대가 보이며,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합니다.

Holland America Line 직원의 안내로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의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선실의 풍경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배에 오르고
곧바로 8층 뷔페식당으로 갔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화로운 식당은 정성껏 요리한 음식들로 가득하고,
깨끗한 테이블 보에, 냅킨에 쌓인 수저가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습니다.
후식에 커피까지 마신 후, 방에 내려가니 벌써 가방이 도착 해 있더군요.

베란다도 없는 답답한 방에 있을 필요가 없어
5층에 있는 카페, 점, 도서관 등 이곳저곳 쏘다니다 보니
배가 스르르 미끄러져 갑니다.
시간은 오후 네 시.
아~ 드디어 떠나는구나.
4시에 배는 떠나네.  만년설과 빙하의 땅으로.
잔잔하게 반짝이는 물위로 배는 항해를 시작합니다.

 
배에는 모든 시설이 고루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체육관, 미용실, 카지노, 스파, 수영장, 세탁실, 배구코트, 극장, 상점 등.
손님이 이천 여명에, 일하는 사람이 천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여행으로, 누릴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지
이렇게 누릴 수 있는 자들이 세계 인구의 1퍼센트라나요.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우리 일행 넷은 이런 얘기들을 나누며, 감사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만찬으로 4,5층의 예약 된 테이블에서
마치 귀족이라도 된 듯,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며 정식으로 했습니다.

식사 후에 조금 쉬다가 짐에 갔습니다.
8층, 배의 맨 앞에 체육관이 있었고,
그곳 맨 앞자리에 걷는 기구가 있었는데
석양의 바다를 보며 걷는 것이,
마치 바다 위로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나, 우리는 바쁠 것이 없었고
일상에 매인 것 없이 유유자적 누리기만 하면 됩니다.
일행의 배란다가 있는 방에 들렸습니다.
베란다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고
배는 어두움을 헤치고 여전히 북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방에 돌아 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요람에 누워 흔들리듯, 부드럽게 웅웅거리며 흔들리고
낯선 곳이라 뒤척이다 어느 듯 잠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