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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때문에 힘들다는 고민을 자주 접한다. 그러나 열등감 자체가 병적인 것은 아니다.

이기고자 하는 경쟁 욕구가 있기에, 그리고 이기고만 사는 인생은 없기에,

열등감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이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자존감이다.

내 자존감의 강도가 요즘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타인의 충고나 비판에 반응하는 내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충고에도 섭섭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자존감이 약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존감이 삶에 중요한 이유는 내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 줄 것이라는 자기 확신과

내가 계획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의 혼합물이다.

성취를 해야 자존감이 올라갈 것 같지만 사실은 시작점이 자존감이다.

튼튼한 자존감은 성공 경험에 이르는 지름길이고 그 경험이 자존감을 더 강하게 한다.

 또 때론 실패해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재기할 수 있게 한다.

반면 성공했는데도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만 강해 보이는 가짜 자존감을 가진 경우인데 항상 자신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고,

관심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사회적 성취를 이루어도 마음의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사람보다 힘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의 무관심이나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을 흔히 보인다.

가짜 열등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백화점에나 음식점에서 사소한 일에 '내가 누구인지 알아'라고 분노하는 경우

자존감이 떨어졌을 확률이 높다. 자기 확신이 줄고 자기 불안이 증가하기에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하는 것이다.

근육 키우듯 자존감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자기 수용과 긍정적인 관점 갖기가 있다.

자존감은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강박적인 완벽주의는 자기 불안의 증거이다.

자기 수용은 나와 내 인생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누구나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살다 보면 특정 영역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때 나도 강점이 있듯이 저 사람도 나보다 잘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인생의 상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의 여유가 자기 수용이다.

그리고 자존감은 주관적인 관점이다.

자기 수용의 여유로움 속에서 내가 가진 긍정적인 것을 소중히 바라보는 관점을 유지할 때

튼튼한 자존감이 마음에 자리 잡게 된다.

스트레스 관리를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방법은 성공하기 어렵다.

 인생은 끝없는 스트레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보다는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튼튼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전략이 효율적이다.

오랜 세월 이어온 명절의 심리적 유익이 자존감 재충전이라 생각된다.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것도 먹고, 덕담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속상한 과거는 털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힘을 얻는 힐링의 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명절 스트레스라니 서글픈 일이다. 과도한 가사 노동, 잔소리, 가족 갈등 등으로

명절에 오히려 자존감이 멍들고 있다.

한가위 명절을 활용한 자존감 재충전 팁으로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한가위 보름달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해 드린다.

잠시 내 삶을 주인공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여유가 생기면서

 '인간만사 새옹지마'지 하는 자기 수용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더불어 가족들과 모여 앉아 올해 행복한 기억을 한 가지씩 화제 삼아 이야기 나누기를 권해 드린다.

유치해 보이지만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강화한다.<윤대현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새옹지마(塞翁之馬)

변방에 사는 한 노인이 기르는 말이 도망가고 준마(駿馬)를 데리고 돌아왔는데,

그 아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징병(徵兵)을 면하여,

다른 사람처럼 전사(戰死) 하지 않고 살아났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서,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예측할 수 없다는 말 = 새옹득실(塞翁得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