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은  내내 마음이 우울하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산 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때문이다.

가끔 성당에서 최인호씨 부부와 옆자리나 앞자리에서 미사를 드린 적이 있었다.

그분은 단신이셨지만 무언가 풍겨나오는 카리스마와 함께 인간적 따뜻함에 저절로 후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한 때 그 분의 소설들을 빠져 읽었는데 특히 어머니에 관한 책은 우리들의 어머니를 대한 듯 하였다.

 

  어제 신문에서 본 그 분이 좋아하셨다는 아폴로 네르의 시를 외워본다.

"그가 말했다" "벼랑끝으로 오라" "그들이 대답했다" "우린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 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그는 그들을 밀어 버렸다"에서 끔찍하고 잔인해서 덮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 귀절에서 그들이 날았다니?

그래. 우리에게는 날개가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지. 벼랑 끝에서 밀릴 때는 죽을 것 같지만 죽지는 않지. 벼랑 끝에서 밀리는 것 같은 때가 얼마나 많았었나.  그래도 여기까지 살아 왔잖아.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시에서 두렵다는 그들을 밀어버린 그는 누구일까?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