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을 알기에 말하리다.

나는 첫눈이 올 때는
그 눈내리는 소리를 내가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었다오.
아니
그 청량한 눈의 내음을 맡을 수 있을 줄 알았었다오.

눈을 그리며,   그 눈을 만나보려고
내 집에 돌아가지 아니하고
혼자 가기 싫다고 눈물을 삼키는 만강을 밀어보내고
나는 내 집에 가지않고 남았는데

그토록 첫눈을 그리고 사랑하며
기.다.렸.는.데....
첫눈이 오는 것을 몰랐다니요.  흑흑.

밤에 왔으니까 모를 수도 있지
그러나 아침 9 시에 친구의 전화벨 소리에 잠이깨어
하품하며 수다 떨다가
그때서야 창밖 소나무 가지위의 눈꽃을 봤다는
너무나 하품나는 첫눈맞이를 하다니………쩝.

그래도 정선엘 가려고 했지.
이게 몇해만의 눈이며 얼마나 기다린 이날인데…….

소세하고 바르고 그리고 (and 가 아님.  섭과 술을 그렸다구)   여러겹 껴입고
딸까지 꼬셔서 애기까지 쳐 입히고 나서
“ 거기까지 몇 시간이나 가요?”  묻는 딸의 말이 부담이 되어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려 컴을 켰다.

알아보니 정선까지 직접가는 기차는 없고
증선이라는 곳에서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데 자그마치 4 시간 반이 걸린다나?

엄마야.
나 오늘 저녁 6 시에 약속 있는데…….. 우야노?

딸도 그만큼은 애기하고 갈 수 없다고 난색.

혼자라도 갈까, 말까 기로에서서 한참을 고민 했다네.
이 고민을 어찌 말로 다………
사랑하는 쉬리에게니까 내가 말하는 거요.

고민 + 고민 하다가
첫눈오면 간다던 ‘소피아하고의 약속’ 도 중하지만
오늘 만나기로 한 그 사람도 중요하다.
나때문에 오늘 저녁을 예비하고 있을텐데………

소피아야.  양보해라.
눈은 또 올거야.
겨우 맘을 정하고 행선지를 남산으로 돌렸다…가,
현관문을 나서면서 다시 바꿨다.
우리 집 옥상으로.

쉬리씨.  옥상도 좋습디다.
아무도 밟지않은 새 눈위에 발자국을 내면서
우리 3 대,
세 여자들은 사진을 찍고 ( or 박고?)
캠코더로 360 도 돌려가며 온동네 다 찍고
한참을 기분을 냈구려.

가만히 보니까 정선 안 가길 잘한거 같았어.
해가 퍼지면서 얄팍한 눈이 다 녹아 버리더구만.

다음번에
더 많이 펑펑 올 때
내가 정선까지 다 가도록 녹아없어지지 않을만큼 올 때
그 때
나는 혼자라도 갈테야.  꼭 갈테야.

쉬리씨,  사랑하는 나의 쉬리씨.
당신이기에 내가 이런 말을 다 하는 거요.
당신의 사랑을 믿기에……    
                              이밤도 잘 자기를 빌면서.
                              당신의 사랑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