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위암이래."
수화기너머로 친구는 남의 얘기라도 하듯이 너무나 담담하게 말했다.

"위암?"
암이라니까 기절할듯이 놀란 쪽은 오히려 나였다.


그래서 수술날자를 잡았노라고, 앞으로 일주일후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얼마전부터 식욕이 없고 속이 미슥거리고 이상해서 종합검진을 받았단다.
검사결과를 들고 의사한테 가니 의사가 고개를 갸웃뚱하더라는거야.
이 친구 대뜸 이렇게 물었대.
"암이예요?"
그랬더니 의사가 "그러네요. 암이네요."  그랬다는거야.

이 얘기를 친구는 재미난 농담이라도 하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암인데 그렇게 금방 수술을 해?"............내 질문.
"응.  위를 절제해 내는거래"...........여전히 억양에 변화없이 담담한 답변.

그 다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위를 떼어내면 고칠 수 있는 병이니 말야.
요즘에는 다이어트하느라고 일부러 위를 잘라내기도 한다는데
위 절제한다고 죽는거 아니야.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기니까 또 좋은 일도 같이 생기더군.
우리 남편이 돌아와서 내 간병을 해 주기로 했어.
애들도 엄마 중한줄 알고 벌벌 떨고........하하하

그녀에게는 별거중인 남편이 있고,  결혼한 두 아이가 있다.

그래도
지금 웃음이 나올까?

그녀는 한 술 더해서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이 나를 너무 사랑하셔서 고칠 수 있는 병을 주셨잖아?

나, 수술 들어가기전에 우리 골프 한번 치자.
그 집 부부, 우리 부부...넷이서.....

응, 알았어.


위암이라는 병이 현대의학으로는 저렇듯 별로 위험한 병이 아닌것일까?
그녀는 당뇨도 있는데...

어젯 밤에도 나는 그 친구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