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 년시를 홍콩에서 맞게 된 만큼 섣달 그믐날 폭죽놀이가 있는 줄 알았더니
완전히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중국사람들은 양력설을 쇠지않는가보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나 조용하다니 기이한 느낌까지 들었다.

거실에서 마주보이는 장강빌딩 (한 오륙십층 되어보이는 사무실빌딩)  벽면 전면을
오색 전등불이 오르내리면서 거대하게 신년 카운트 다운을 하긴 했지만
폭죽도 축포도 없이 너무나 조용해서 마치 무언극이라도 보는듯했다.

남미에서 온 우리들만 베란다에 나가서서 59초 58초 하고 소리내어 카운트하다가
9초 8초 7초 에서 더 목청을 높이다가  
딱 제로가 되어 2004년이란 숫자가 장강빌딩벽에 나타나자
다함께 환호성을 올리고 서로 얼싸안고 야단을 했다.

브라질에서는 이런 시간 (해가 바뀌는 순간) 에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요란한 함성과 폭죽소리가 온 도시를 뒤덮는다.

‘고요한 밤’ 의 홍콩을 내려다보며 우리끼리 신년축하를 하다가 옆동의 어느 한 층에서 손을 흔드는 한 무리를 발견했다.  
그들도 남미 사람들일까?  
어쨌든  양 팀은 같은 사람들을 만난게 서로 기뻐서 모두들 두손을 들어 휘두르면서 신년을 서로 축하하였다.

까몰라부부는 브라질에서도 4년이나 살았었단다.
막스도 브라질 말을 잘 했다.  

홍콩시내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서 구경거리는 많았지만 신년 행사는 아무것도 없었다.

홍콩에서 해를 넘기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우리중에 아무도 없었기때문일까,   아무도 이 조용한 섣달 그믐날을 예측하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