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눈에 뜨이는 홍콩의 특징을 꼽자면 아무래도 하늘을 찌를듯이 높은 건물들과
좁은 도로사이로 다니는 이층버스가 아닐까한다.

서울에도 고층건물들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홍콩의 고층건물들은 눈이 아플 정도이다.
이 어리버리 브라질 아지매가 고개를 45도로 꺾고 층수를 세다가
점점 더 고개가 뒤로 넘어가 하마터면 자빠질뻔 했다는게 아닌가?  (믿거나 말거나)

그러고서도 몇층이나 되는지 세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30 층 정도까지는 셀 수가 있겠는데 그 이상 올라가니 눈이 시리고 가물거려서
도저히 몇 층이었는지 어느 창문이었는지 헷갈려서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묵었던 까몰라 (에콰돌 여자)  와 막스(까몰라의 남편,  이 이는 네델란드 사람이다)  네 아파트는
44층짜리 건물의 34층 이었다.
이 아파트는 시내 한 복판의 고급주택가인데 동네이름이 middle levels ,  
순 우리말로 하자면  “산중턱동” 쯤 된다고 할 수 있다.

왼쪽에 동식물공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홍콩공원이 있고
거실전면 유리창으로 빅토리아만 홍콩항구의 마천루 숲이 다  내다보였다.
이 아파트 지하 차고문으로 나가면 바로 옆으로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tram (산정 전차)  가 지나간다.

안 오려다가 마지못해 줄레줄레 딸과 사위를 쫓아왔는데
이렇게 멋드러진 곳이 나를 위하여 예비되어 있을줄이야……….
.
결혼한지 20 년이 되는 까몰라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다. 영 어린애가 생기지를 않더란다.
두 내외가 살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이 집에는 방도 네개나 되서 주빈도 아닌 나에게도 독방이 주어졌다.

이 멋진 집에서 딸과 나는 12박 13일을 했다.

“이게 웬 일 입니까?
살다보면 뜻밖에 이런 일도 생기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