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일 홈피에 들어오지 못했더니 퍽이나 오래된듯한 감이 든다.
들어와 보기는 했으나 앉아서 수다를 풀 시간이 없었다.

드디어 내일 아침 내 육십평생에  (진짜 육십 아니고,  거의 육십)
처음 가는 홍콩,  대망의 홍콩행이 시작된다.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대망’ 이라는 단어가 적용될만큼
진짜 대망의 물결은 내 가슴속에서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랬.는.데………….
오후늦게 비행기표가 도착하고
컴에 진종일 붙어앉아있던 딸이
“엄마는 홍콩 공부 안 해요?”  하고 힐난 비스무리 묻는 말에
“홍콩 공부?”  펏뜩 정신이 들었다.

아!   내가 홍콩에 대해 무어 아는게 있는가?

그러면서도 딸들이 다녀온 곳,  친구가 살았던 곳,  인옥씨가 일러준 곳……………
영화에서,  관광안내에서,  역사에서, 뉴스에서……수도 없이 접했던 이름,  홍콩………
그랬기에 그랬나 나는 홍콩은 그냥 가면 다 알만한 곳이려니 생각했었나부다.

딸을 쫓아서 가는,  딸네 친구네로 가는,  즉 내가 계획한 여행이 아니기에
애기안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덜렁덜렁 딸네들 뒤만 따라다닐 생각만 했던 모양이다.

모처럼 돈들여 가는 여행에 별로 신나하지 않는 엄마가 딸은 의아했고 좀은 서운했던지도 모르겠다.

딸의 말을 듣고 나도 인터넷에 들어가 홍콩에 대한 공부를 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 알아보러 나갈 필요도 없이,  어디로 전화를 할 필요도 없이,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내가 알고픈 정보를 (알고픈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 훨씬 많이)  단박에 거저 손에 쥘 수가 있는 세상이니………

이제 정말 가슴이 뛴다.
동양의 진주, 홍콩에 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일정도 년말 년시를 끼고 자그마치 열흘이 넘는다.
게다가 기왕에 해 놓은 약속에도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13 일 대원에서 박성애를 만나는 해후에도 지장 없고
14일 손경애가 초대한 대학로 공연에도 지장 없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타등등………아무 지장 없음.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  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나쁜 추억까지 재산이 될 수는 없겠지만
좋은 추억이 많았던 나는 2003 년에 더욱 더 부자가 되었다.
홍콩을 다녀오면 아마 나는 거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