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재밌어.
얼마나 재밌고 바쁜지 여기 들어올 시간도 없었다.
내가 영 안 들어오면 얼마나 좋으리.......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
시간이 나면 아니 들어오고 배겨낼 수가 없다.

그동안 무에 그리 바빴는가하면  (역시나 아무도 묻지않지만.......)
간략히 정리를 하자면

어제 LG 아트센터에서 너무나 ::| 멋진 뮤지컬 구경하고
그 앞에서 너무나 맛있는 은갈치 (그냥 갈치가 아니다) 조림을 먹고
그 길로 서초성당으로 가서
서초동 온 주민이 참석한 (정말?)  서초동 공연을 보고
그 다음엔 오늘의 주 이벤트,  전야미사에 참예했다.

미사마치고 전철을 탔는데 밤 1시가 거의 되어 환승지점에서 우리집 방향의 전철이 끊겼댄다.
땅위로 솟아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와아!   자욱한 밤안개가 서울거리를 휘감고 있었다.

아름다운 서울의 밤이여!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브여!

그리고 오늘.  또 특별한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 이런 일로는 일찍 일어난다.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다)
분당으로 갔다.
분당의 명소,  아니  아시아의 명소라는 요한성당에 가서
성탄 대 미사에 참석했다.

여섯명의 여자들은 아름다운 성전 한가운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미사를 드렸다.
나는 또 내 상용 관용구가 나오려고 한다.

내가 2003 년 성탄을 서울에서, 또 분당까지 가서,
그 뿐아니라 이 호화스러운 6인조에 끼어서
이렇게 추억에 기록될만한  특별한 미사를  드리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 사람은 한치앞도 모르고 살아간다."

미사를 마치고 우리는
쌀쌀한 바깥은 바깥에 놔 두고
'아름다운 세상' 이라는 따뜻한 식당의 푹신한 소파에 파묻혀 정다운 오후를 보냈다.

날이 어두워져서 하는수없이 우리는 헤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니
여섯시간을 오븐에 구웠다는 초대형 칠면조가 온 집안에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흐!  저걸 누가 다 먹어?
단세포같은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이 생각.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한 시간도 안되어 십여명의 손님들 (나하고는 절대 아무 상관없는...그들) 이 몰려왔다.
지금 거실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맛있다고 웃으며 그릇을 달각거리며 먹고들 있지만
나는 그 교양있는 인삿말들이 심히 의심스럽다.
이유.
내 입에는 별 맛이 없었기때문이다.

이리하여 나의 역사적인 2003 년 크리스마스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그러나 내 가슴에 흘러넘치는 이 감사는 영원히 저물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