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A 라는 친구가 있다.  그와 나는 같은 중학교를 다녔으니까 동창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서로 다르니까 인일 동기는 아니다.  
중학때 나는 그와 특별히 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싸웠거나 미워했거나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는 그의 자리에 있었고 나는 나의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마지막 본게 언제였는지 모른다.  아마 중학교 졸업때였겠지.
그후 나도 그랬지만 그녀도 살아오면서 내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갔다.  십년,  이십년 삼십년…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우연히 만났다.  
피할수 없이 딱 만나서 같이 좀 지내게 되었다.
옛날처럼 특별히 좋지도 싫지도 않게 그냥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 둘이는 생각지도 않은 현상을 만나게 되었다.
“아.  이 친구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재발견이었다.
말하자면 둘이 서로 아는 지가 수십년이지만 실은 알지못하는 사이였다는 말이 된다.
서로에 대한 재발견과 재인식이 이루어지면서……..
그로부터 우리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성립되기 시작하였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란 참으로 신비스럽다고 나는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되는것도 아니고  
연륜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혈연이나 촌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불가사의한 변수들에 의하여 한 인간과 또 다른 인간과의 관계가 이루어진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형성에 알 수없는 조화가  많은데 나는 우선 인연을 꼽는다.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 내가 꼽는 제일의 순위는 ‘인연’ 이라는게 나의 논리다.
부부도 인연이요,  부모자식의 관계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뿐 아니라 친구나 이웃,  동창,  동행등의 관계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특히 ‘인연’ 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요사이  A 의 경우와 비슷한 관계가 많이 생겼기때문이다.
학교때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요즘에 새로이 친해진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는 뜻이다.
동창들뿐 아니라  동창생의 직장 친구까지도 알게되었고 후배들까지도 연결이 되었다.

무어라 설명할 길 없는 우연이니 ‘인연’이라고밖에 할 수없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는 참으로 신선하면서도 신비하다.
삼십년전에 친해질 수 있었던 사람을 이제서야 친해지다니…………
근 육십년 가까이 생전 알지도 못했던 사람과 이렇게 갑자기 친해지다니………….

친해졌다고해서 매일 만나고 매달 안부를 묻고 그럴 사이가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동희가 올려준 글처럼
    “가슴에 담아놓기만 해도 좋은 사람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그냥 좋은 사람
     그는 그의 자리에서,  나는 나의 자리에서  서로 만나지 않아도
     가슴에 담아놓은 것만으로도  그저 서로 좋은 사람”  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전에는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던 사람이 이제는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 의미의 속뜻은 위에 말한 ‘좋은 사람’ 이다.
나에게는 벌써 적지않은 숫자의 ‘좋은 사람’ 이 있었는데
요즘 갑자기 그 숫자가 확 더 많아져서 기분좋은 상승곡선을 긋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