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살고있는 내 남동생이
마침 내가 서울 있는 동안에 회사일로 중국 출장을 가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동생은 출장을 전후해서 적절히 휴가도 낸 모양으로
그 김에 동경, 서울, 북경, 광저우, 홍콩을 들러가기로 했다고
모처럼 먼 여행에 마누라도 동반하고, 장인, 장모까지 대동하고 온다고 했다.

내 동생은 브라질사람으로 귀화를 한 입장이고 와이프도 브라질 여자이다.
당연히 장인, 장모도 브라질 사람이고,
동생도 한국말이 서툴고 서울지리, 한국지리를 잘 모른다.

한국에서의 최종학력이 <국민학교 졸업>인 동생은 제가 다녔던 숭의국민학교와 용현국민학교를 가보고싶어했다.
완전히 변해버린 인천, 나도 그 학교들을 찾아갈 엄두가 안 났지만 그 소망을 안 들어줄 수는 없었다.
기사가 딸린 스타렉스를 한대 빌려서 하루 인천나들이를 갔다.
기사님은 서울 사람이라 인천지리를 몰랐다.

두근거리지만 무턱대고 인천에 가서 물어물어 찾아가 볼 요량으로 떠났다.
경인고속도로를 벗어나자 <가좌 IC> 어쩌구 하는 길표지판이 나타났다.
그걸 보자 아마 이 근처가 봄날 모이던 날, 얼결에 가 봤던 꽃뜨루 근처일거라는 짐작이 섰다.

나는 어여쁜 꽃뜨루를 식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졌다.
근처를 둘러보니 그 날 본듯한 거리풍경 같았고 내 힘으로 꽃뜨루를 찾아갈듯 싶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거기가 거기 같고 .........당근 찾아갈 수가 없었지.

형옥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대뜸 마중을 나와서 우리를 인도해 데려갔다.
우리 식구들이 꽃뜨루에 얼마나 매혹 당하고 감탄을 하고 난리를 쳤는지...........::$
아마 그동안 짧은 며칠, 모자라는 시간에 관광 시켜준다고 이리저리 끌고만 다녀서
막상 이렇게 차분하고 예쁜 곳에는 데리고 가지 못했던 이유도 큰 것 같았다.

브라질에서 온 관광객 4명에 우리 부부에 우리 시누님까지........7명
그 떼거리들이 자그마한 꽃뜨루안에서 서성거리면서 왔다 갔다 하기를 무려 수십분.
형옥이는 우리들에게 방울토마토, 강냉이, 대추차등을 내오랴..
용현교, 숭의교, 인일여고 가는 길을 지도로 프린트 해 내오랴..
나에게 한 보따리 선물을 챙겨주랴............정신을 쑥 뺐지. ::$

헤어지는 시간....지도를 줬지만 아무래도 우리 가는 길이 불안해보였는지 형옥이는 우리 차에 올라타고 말았지.
기사옆에 앉아서  '오른쪽으로요, 왼쪽으로요..." 해 가면서
용현국민학교, 숭의국민학교까지 우리를 안내 했단다.

그 덕분에 나는 아무 수고없이 목적달성하고 임무완수하고 식구들에게 폼나고
내가 얼마나 으쓱댔는지..........

형옥아, 그 날 너무 너무 고마웠어.
그리고 우리 식구들이 너무 수선 떨어서 미안했어.
네가 준 선물들 고이고이 잘 애용할께.  네 책도 갖고와서 얼마나 좋은지..........잘 읽을께.

그 날, 우리는 형옥이를 도로 제자리에 데려다주지도 않았다. 형옥이는 택시타고 집으로 돌아간거야.
바쁜 시간에 돌아갈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부득이
학교 교문앞까지 걸어나가서 혼자 택시타고 집으로 돌아갔던 거야.

형옥아. 그 날의 그 아름다운 에피소드..............두고두고 못 있을 거야. (: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