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조림이 언제부터 이렇게 시뻘겋게 되었을까?
내 기억속에 있는 갈치조림은 간장으로 조려서 거므스름했는데
남대문 먹자골목에서 먹어본 갈치는 고추장찌개처럼 빨간 국물이었다.

“이게 갈치조림이예요?”
혹시 순간적으로 음식이 잘못 온게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
“갈치조림 시키지 않았어요?”  총알처럼 날아온 답이다.

…이게 갈치조림이라구?.....
숟가락으로 빨강물을 조금 눌러보니까 물체가 느껴진다.
…오호.  찌개는 아니구나…
그속에 물론 갈치가 있었다.   무우도 있었고.  맛까지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 후 다른 식당에서도 몇번 갈치조림을 먹어보았는데 모두 다 고추가루 범벅의 시뻘건 조림이었다.
강남에서 먹어본 은갈치조림도 그랬다.  
인천 토촌식당에서 먹은 갈치도 그랬고 속초 바닷가식당에서 먹은 갈치조림도 붉었다.

나는 여러가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첫째 의문은 지금 대한민국의 갈치조림은 다 이렇게 맵게, 빨갛게 하는가.
내 기억속의 간장 갈치조림은 언제부터 더 이상 간장으로 조려지지않게 되었을까.
아니, 혹시 그 때도 빨간 갈치조림이 존재하고있었는데 우리 집에서만 간장조림으로 해 먹었을까.
그렇지 않고 당시에는 다들 간장으로 조림을 해서 먹었었다면
그 이후 무슨 이유로 갈치를 이렇게 맵게 빨갛게 조리기 시작하게 되었을까.
지금은 간장으로 조려서 내놓는 식당은 아예 없는가.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타등등….. (이것이 King and I 버전이었다)  

갈치조림에 대해 여러가지 연구와 분석이 많은 나는 내가 한번 내 기억속의 갈치조림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생선을 잘 안 먹는 딸네 식탁에서 잘 될런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도를 해 보기는 좀 그래서
내내 미루다가 어제서야 한번 해 보았다.
어제는 순 토종 한국사람들,  그것도 혹시 잘못되어도 그냥 먹어줄 (내 생각에…)  
콱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식탁이니 맘 놓고 만들어보았다.

무우를 굵직하게 썰어서 밑에 깔고 갈치를 먹기좋은 크기로 자르고 풋고추와 굵은 파를 숭숭썰어얹고
진간장에 마늘, 고추가루넣고 세지않은 불에 은근히 조렸다.
“흠………”
냄새로 보아 별 탈 없이 제법 잘 된 것으로 생각했지.

그런데…
그 식탁에서조차 나의 검정색 갈치조림은 배..척..을 당했다.
내가 먹어보니 괜찮은데……..

나중에 한 사람한테 살그머니 물어보았다.
“이 갈치 맛이 없던?”
그가 말했다.
“음.  좀 짰어.”

다시 먹어보니 과연 좀 짜긴 했다.
그래도 나는 어제만든 내 갈치를 오늘도 맛나게 먹었고 내일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이 남아있어 기분 좋다.

하얀 쌀밥에 (웬 흰 쌀밥타령?)  갈치간장조림.
아. 맛있어.

근데 솔직히 좀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 좀 알았으면 좋겠다.  여수댁한테 물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