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고운 님과 만나기로 했다.
맛있는 걸 해서 그 님과 같이 먹을 생각을 했다.
모처럼 팔소매 걷어부치고 지지고 볶고 했다.

창밖에는 눈송이가 펄펄 내리고
따스한 집안에는 애기의  뜻없는 웅얼웅얼 소리가
엄마와 할머니를 웃게 만든다.

하다가 보니까 소금통이 거꾸로 들어야 겨우 조금 나온다.
여유분 소금이 더 없다고 한다.
털잠바를 입고 운동화 신고 동네 구멍가게로 소금을 사러 갔다.

밖에 나와서 보니 눈오는 하늘은 잿빛이고
날씨는 그닥 춥지 않아서 떨어진 눈은  금세 다 녹았다.

귀한 눈을 그냥 맞아도 좋으련만
굳이 우산을 쓰고 가는 내 발밑에서
쌓이며 녹으며 눈이 팥빙수처럼 질척거린다.
찰팍찰팍 소리도 난다.

내가 쓴 오늘의 시나리오에 눈까지는 없었는데
눈이 오니까 더 확실한 해피엔딩의 하루가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