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내를 연일 싸돌아다니면서 제일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은
좁은 도심 한가운데의 도로 복판을 유유히 털털거리면서 천천히 궤도위를 달리는 묵은 전차였다.  
이층으로 된 좀 후진 모습인데
게다가 바깥벽에는 가지각종의 선전물로 도배를 해서 그야말로 더덕더덕, 알록달록 볼만했다.  
이 전차를 타고 역시나 이층 맨 앞자리에 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마냥 흔들리며
복작거리는 퀸즈로드, 코즈웨이베이를 지나가는 재미는 각별했다.

그 다음에는 골목길 에스컬레이터였다.
시내 중심가  센트럴 지하철 부근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지형상 내내 산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날마다 하면서 살아야하는 주민들을 위하여 시설된 공공물이었다.
요금도 없고  물론 아무나 타도 된다.  
재미있는 점은 아침 10 시까지는 하행방향으로만 작동하고 그 이후부터는 상행으로 움직인다.  
아침에는 사람들의 출근시간을 배려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올라가는 수고를 도와주려는 의도가 내포된 행정이 짐작되었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거리는 얼마쯤이나 될까?
퇴계로에서 남산꼭대기까지쯤의 거리가 될까?
이태원거리 해밀턴호텔에서 남산순환도로의 하이얏트호텔까지쯤 될까?
확실한 거리는 모르겠지만 꽤 먼 거리를 한참을 올라간다.

중간 중간 골목길마다 출구가 물론 있다.    
우리는 예쁜 카페가 보이면 내려서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앉았다가 다시 타고 올라가고
인도 음식점이 보여서 또 내리고
중국 도기 가게에 50% 할인이라고 쓰였길레 또 내려서 구경하고
중국절 만모사 가는 팻말이 보이기에 또 내려서 가보고 오고  
이슬람 사원이 있다기에 또 내리고  
집없는 고양이가 어슬렁거리기에  또 내려보고  
새빨간 포인세챠가 늘어선 예쁜 화랑이 있기에 또 내리고
그러느라고 오후 내내 이 에스컬레이터에 있었다.

이 에스컬레이터 주변은 다 중심지이고 볼거리가 많고 상가이기때문에 종일 여기서 어슬렁거리고 놀아도 심심치않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