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홍콩 여행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여행이었다.
우선 내가 기획한 여행이 아니었다는 점이 그릿?
이번에야말로 나의 존재는 완전 조연,  보조자라는 점을 나는 일찌기 파악했다..

여행보조자 라는 단어가 성립이 될런지 몰라도 애기가 없었다면 굳이 나까지 가야한다고 애들이 그랬을까 ?

상황파악을 진작에 하고 있었던 나는 내 스타일을 다 접고 다니기로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다.

홍콩에서 하루인들 밖에 나가지않은 날은 없었지만 나는 최소한의 준비로 임했다.
즉 가방도 없이 카메라도 없이 시계도 없이 될 수 있는대로 아무것도 없이 빈 몸으로 다녔다.  
짐이 없고 두 손이 자유로워야 아무 때고 어린것을 받아 안기가 쉬울테니까….

카메라를 안 갖고 다니는 것이 처음엔 너무나 허전했지만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홍콩을 찍어대는 사람이 일행중에 있으니 나중에 그의 것을 카피하리라 생각했다.

빈 몸일뿐 아니라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도 굳이 묻지않고 그저 가는대로 줄렁줄렁 따라만 다녔다.

어차피 관광 온 거니까 어디를 가든 다 관광일테고 가는 곳도
오늘 가던 내일 가던 다 가이드북에 나온 곳으로 갈텐데 보조가 나서서 참견할 일이 아닐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마음을 다 비우고 다니는 어슬렁 관광길은
첫날은 좀 심사가 편치 않았지만
날자가 지나감에 따라 오히려 굉장히 자유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이 또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아름다운 경치앞에서 사진을 찍어야한다는 조급함으로부터 해방되었고  
다음 목적지를 정하고  이동조건을 검토하는 등의 스케줄의 고삐로부터 자유로웠으며
하나라도 놓치지않고 다 봐야한다는 조바심으로부터 풀려났으며
누구하고 의견조정같은 것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장소에서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것을 맘껏 누리면 되었다.

나 자신의 욕망과 의욕으로부터조차 자유로워진 여행을 맛 본 셈이다.

이토록 느긋하게 자유스럽게 다녀보기도 처음인것같다.
‘Here  and   Now’  의 의미를 실지로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