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도 물론 좋았다.  
나는 몰랐지만 심양 서커스단이 유명하다네.

우리 어렸을 적 천막 서커스의 기억으로는 감히 상상이 안 되는 고난도의 서커스였다.

서커스라는 단어가 광대놀이같은 감을 풍기는데
내가 본 공연은 예술,
그것도  그림이나 사진, 음악처럼 아무나  하고싶은 사람은 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닌,  
혹독한 연습과 기질과 자제를 요하는 무서운 예술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이렇게 두가지공연을 잘 보았는데  까몰라와 우리딸이 골라서 간 공연은 둘이서 도중에 나와버렸다고 한다.

“왜?”  깜짝놀라 내가 물어보니,
“다들 웃고 야단인데 뭐 한 마디나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화가 나서 나와버렸단다.
춤공연인줄 알고 표를 샀는데 연극이더라는 것이다.   하하하.

나는 합창과 서커스니까 중국말 하나도 몰라도 무방했던 것이다.

합창때는 여럿이 같이 갔지만 서커스때는 나 혼자서 갔다.
춘완 (Tsuen  Wan)  이라는 곳인데 그 지역 공회당같은 곳이 공연장이었다.

갈때야 길을 모르니 지하철로 갔지만 돌아올때는 물어봐서 버스로 돌아왔다.
지하철이 좋기도 하지만 땅속에는 뭐 볼게 있어야지……

중국말로 물어봤냐고?
그럴리가…..
홍콩사람들은 웬만한 사람은 웬만한 영어는 다 했다.

오히려 버벅거리는 내가 쫄려서 말 걸기가 어려웠지만
길 물어보는거야 어차피 손짓 발짓에 지도까지 동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주로 잘 골라서 만만한 사람한테 물어보는데 이날은
구두수선하는 아저씨한테 한번 (와! 영어 잘 하대!)    
나중에 극장 안내원한테 한번 더 물어봤다.  안내원 발음이 더 중국스러워서 알아듣기 어려웠다.

다음날 저희들 (까몰라와 딸)  이 공연구경가려고 이날 나를 먼저 보내준건데
나는 공연 짱!  돌아올때 거리 야경 구경 짱!  하고 왔는데
저희는 공연도중에 나올 수밖에 없어서  좀 기분이 씁쓸했던가보다.

딸이 하는말,
“하여튼 우리 엄마는 못 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