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문화행사도 가졌다.
두 가지 공연을 구경했던 것이다.
그 하나는 몽골 합창단,  다른 하나는 심양 서커스였는데 둘 다  짱!  (히히,  이런 말은 잘도 배운다니까…)   이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정복자 대 징키스칸의 후예들이라니 궁금증이 앞서면서도 어쩐지 촌스러울 것같은 선입견도 들고
아무튼 못 말리는 호기심이 가득차서  이층버스를 타고 반시간 더 걸려 툰문까지 갔다.

남녀혼성 합창단인데 무대위에 오른 인원은 남자 17  여자 19 에  여자 지휘자 한 사람이었다.  
뭐든지 세어보는 걸 좋아하는 기질이 내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음.  
글쎄, 죽을때까지도 제 모습도 다 못 알아본다니까…

지휘자 한 사람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내 말의 뜻은 반주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무반주 합창이라는 것이다.

대원들의 복장이라는 것이 또 옛날에  창극하던 사람들처럼 치렁치렁 긴 중국 내리다지에
허리에는 튀는 색갈의 연두빛 허리띠를 우리네 저고리 옷고름처럼 철철 늘어뜨렸다.
남자들도 긴 내리다지에 머리에는 고깔모자 비슷한 갓 (중국식 갓이라고 나는 생각했음)  을 썼다.

남의 나라 고유의 전통복장을 비방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합창단원들이 그런 복장으로 등장하니 솔직히 처음에 좀 우스꽝스런 기분이 들었다.

“어디,  짱꼴라들 무슨 노래 하나 한번 들어보자.”
하고 별 기대없이 앉아있었다.
반주도 없이 하는 노래라니 더 이상스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나의 짓거리가 다 나의 무식함에서 파생한 죄가 아니었으랴.

반주없이 36명의 단원이 음을 잡고 화음을 맞추고 박자를 놓치지않고  그 아름다운 여러가지 소리를 내다니……..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하나의  악기같았다.

단원들은 악보도 손에 들고있지 않았다.   모두 부동자세로 지휘자와 눈을 맞추고 나란히 서 있다.

대부분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몽고 전통음악인데 매우 신비스러웠다.    
'어차피 모르는 분야니까 신기해서 더 잘하는것처럼 보일지도 몰라…. '  
하는 나의 의심을 풀어주려는듯 레퍼토리에는 서양노래  (늘 많이 들어본)  도 두 곡 있었다.
그 노래를 할 때는 더 신경을 곤두세워 들어보았다.  
어디 조금이라도 트집 잡을데가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서 그런지 나는 완전히 그 합창소리에 녹아들어가 버렸다.  
곡이 끝났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다 나왔다.

“하!   대단하구나. “
몽고사람들이라고 공연히 알지도 못하면서 얕잡아본 내 태도가 너무나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