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가서 등산을 다 했다.
내가 뭐 산에 미친 사람이 되서 그런게 아니라 일행을 따라다니다보니 그리되었다.

막스의 여동생부부도 홍콩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는 그 집에서 초대를 한단다.
초대라면 한국식으로 음식차려놓고 손님이 도착하자마자 먹도록하는줄 알았지
밥 쫄쫄 굶고 산으로 끌려다닐 줄이야 꿈엔들 알았으리.

지하철과 버스로 청수만이라는 곳 (신계지역이다)  엘 갔다.
막스의 여동생 모니가 사는 그 곳은 홍콩과는 판이한 분위기였다.  
별장지같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름대로 푸른 바다가 산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교외지역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가긴 했지만 도착하니 3시쯤 되었으니 시장기가 돌았다.  
그러나 식사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쥬스한잔밖에 나오는게 없었고 오히려 다들 운동화차림을 하는 것이었다.

“어디 가?”
뒷산엘 간댄다.
피곤하고 배가 고픈 나는 가고싶은 맘이 안 들었다.
내가 기권을 하려니까 까몰라가 의외라는 낯으로 다가와 내앞에 앉아서 열심히 권한다.
“소피아,  별로 힘든 코스 아니야.   당신은 가면 꼭 좋아할거야.”

속으로 “너희들이나 가서 많이 좋아해라.”  하고 대꾸를 안 했다.

그때 막스가 곁으로 다가와서 한마디 한다.
“Now  or   Never !”  
지금 안 가면 다시는 못 가 볼텐데….   라는 말이 아닌가.

그 말이 나를 일으켰다.  
그래.  지금 안 가면 언제 내가 홍콩 청수만 뒷산엘 가 보겠나.

그리하여 나를 포함한 우리 거대한 일행이 홍콩의 어느 산 한자락을 휩쓸고 돌아왔다는 이야기인데  
거대한 일행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사람 아홉명에 개 다섯마리.  이쯤이면 거대한 일행이 되지 않을까?

사람:  집주인 모니와 그 남편,
           까몰라와 막스 부부,
             우리 딸과 사위와 애기와 그리고 나,
                 거기다가 모니네 가정부  필리핀 여자 하나.

모니도  어린애가 없다.  모니는 아이를 갖고서는 제 하고싶은대로 인생을 살 자신이 없어서 자식갖기를 포기했단다.
대신에 개를 기른다.   그것도 다섯마리나.
개때문에 가정부를 둔다고 한다.

자녀가 선택사항인줄  예전에 나는 몰랐었다.

산에는 가기를 잘했다.  가서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산길에 들어서자마자 들었다.
저녁식사는 어두운 후에 뜰에다 식탁을 차리고 포도주 곁들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