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뻐하는 후배로부터  아니,
나를 이뻐하는 후배로부터 (이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전화가 왔다.

“선배님.  나는 그 다섯가지 문제를 하나도 못 맞췄어요.”

그녀의 답안지는 이랬단다.  내가 무주에서………

1  제일 많이 한 일은………..산책
2  한번도 하지 않은 일은…..인터넷
3  난생 처음 해 본 일은…….스키
4  인상깊었던 것은…………무주구천동의 멋진 풍경쯤?
5 자랑하고싶은것은……….글쎄???

푸후후…….. 못 맞출 줄 알았지.
사실은 나도 내가 그럴 줄 몰랐거든.

스키장에 갔으니 으례 스키 한번이라도 신어보던지
넘어지더라도 한번 서 보기라도 할 줄 알았지.

그러나 가서 보니까 아예 엄두가 안 나더구만.
일찌감치 단념을 하고 TV 에 탐닉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시리고 저린 심정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네.

‘조영희,  너도 인제 늙어가는구나.
여기 와서 이 좋은 기회인데  겁이 나서 시도도 못 해 보다니….’

그렇다.  
이제 나는 오십보다 육십쪽이 훨씬 가깝다.
할 수 없는 일,   아니 시도조차 해 볼 수 없는 일들의 가지수는
앞으로 점점 더 불어날 것이다.

남아있는 세월은 짧은데 공연히 마음만 부풀어서
헛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애만 태운다면?
그또한 노추가 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