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옥이하고 약속한 날이다.  아침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갤러리 오픈이라는데 안 설레일 수가 없지.
그냥 경춘가도를 달려갔다 내리지도 않고 도로 온대도 좋을텐데  이건 갤러리 오픈 이래잖아?

아는 거 하나 없으면서도 이런 문화적인 분위기에 끼어드는 것을 무지 좋아하는 여자.
이름하여 지적 허영심?
나, 이거 고쳐야하나, 말아야하나?

어쨌든 약속시간에 동희와 나는 인옥이네집에 갔다.
우우우!  내가 좋아하는 새 얼굴들이 많이 등장했네.

인옥의 지시대로 이차 저차 인원배정이 끝나고 우리도 그녀의 지시대로 어느 차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카리스마적인 존재다.
19 명이라는 적지않은 인원이 그녀만 바라본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19명이 이렇게 단번에 사방에서 모여들 수 있을까?

쾌청한 날씨,  시야가 탁 트인 맑은 경치,  얼어붙은 강,  앙상한 나뭇가지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내 땅, 내 물. 수묵화같은 풍경이었다.

달리면서 다른 차들하고 핸폰으로
“어디쯤 갔니?”
“우리 옥천 냉면 먹고 가자.”  
“응, 거기 돌아서 서 있을께.”
이러는 순발력있는 접속도 매우 재미있었다.

40년 전통의 옥천 냉면.
먹었지. 차 3대가 와르르 몰려가서 ……..
옥천 냉면은 물냉보다 비냉이 더 맛있다는데 진짜 원조 식당은 초입에 있는 그 집이 아니라 더 안으로 들어가 있는 집이라네.
강동희가 막무가내로 달려가서 먹기도 전에 돈 냈음.

갤러리 얘기는 자유게시판에 다시 정식으로 잘 써서 올릴 생각인데……     ”꼭 가서 봐 주세요.”      필독.

내 생애 단 한번만이라도
이런 멋진 오픈식에 왔었다는 게 얼마나 근사한가.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나 해 봤음직한 살롱 음악회를 목전에서 봤다는 사실.

내 코앞에서 저명한 피아니스트가 그 하얀 섬세한 손가락을 파르르 떨어가며 열정을 다하여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단다.
내 바로 3 미터 앞에서 독일에서 온 유명한 첼리스트가 (생기기도 잘 생겼지)  
부드러운 갈색머리칼을 흔들어가며 슈만의 판타지를 연주 했지.
인체와 비슷하게 생긴 몸통의 첼로.  
모든 악기중 가장 인간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첼로.  
참으로 오랫만에 가까이 본다.
줄리어드 장학생이었으며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임지은이라는 어여쁜 우리 대한의 딸이 브람스를 연주했단다.  
임지은은 바이올리니스트야.        
어느 교수님께서  이 음악회를 설명 곁들어가면서 진행을 해 주시고…….

간만에,  아니 생전처음,  고상하고 고귀한 분위기에 젖어보고 귀족풍을 맛봤네.
쇼팽, 슈먄, 브람스………아!  그런 사람들이 참 있었지………기억이 났다.  불쌍한 나.

개관식이니 당연히 먹을게 있었지.
음악회 마치고 성대한 부페.   언급할 필요 없는 완벽부페.
절대 낭비할 줄 모르는 나,  열심히 먹었음.

벌써 깜깜한 밤이 되었다.
양평 올 때는 양숙희 차로 왔는데 서울 갈 때는 임광애의 차로 들어가 타라는 지령이 내렸다.
언제나 새 얼굴 좋아하는 나,  언제나 저절로 좋은 일만 생기네.

좋은 일은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씽씽 달리는 도중에 달콤한 유혹의 전화가 온 것이다.
떡 좋아하는 유옥자가 노래도 떡 만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맞아?)
그리하여 우리는 미사리 쉘부르 라는 음악카페에 들러서 강은철 (삼포로 가는 길)  과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의 라이브를 보고 왔다는…. 남들이 들으면 약 오를 이야기가 또 발생하였다.

난 최백호의 CD 도 한장 선사받았다.  뭐라구?  최백호로부터?
아~니.  이인옥으로부터.  

가슴 가득히 정체모를 커다란 걸 품고
배 가득히 (여기는 확실히 안다.  뭐가 들었는지)  출렁이면서 이태원 비탈길을 비실비실 혼자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즐거웠던 오늘 하루였다.
오늘 여러 사람 만났는데 이름을 다 알 수 없어서 유감이고
이름 아는 사람들만 거명해 봐야지.

이인옥  양숙희  박주해  임광애  유옥자  이인실  김정원  강복희  김경숙  ……….에게게  겨우 요것뿐이야?    
나머지 사람들은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까지 연결이 안 되네.

그나저나  강동희야.  우리 3회 맞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