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개월 된 손녀딸이 너무나 이쁘다.
그러나 내가 떠날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우리의 이별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어린 것이야 이별인지 작별인지 알 리 만무하지만
나의 가슴속에는 여러가지 준비작업이 서럽게 진행되고 있다.

서럽다니?
혹시 딸이나 사위가 서럽게 했느냐구요?

그런 서러움은 능히 침입치못하게 할만큼 내 마음의 방패도 든든하니까 여파를 탈 수가 없지만,
세월의 서러움이라고나 해야할까?

즉,  내가 지금 브라질로 가고
딸네는 다시 어디론가 임지로 떠나가서 서로  삼사년 못 만나고 세월이 가 버린다면,
아이는 그 때 이미 나를 기억 못 할 것이며,
설사 사진으로 전화로 나의 존재를 알기는 안다하여도
이미 서로 언어도 통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 내가 저를 업어재우고 안아먹이고 하던 이 정을 알기나 하겠는가.

그 때,  그 먼 훗날,  내가 저를 만났을때
혹 아이가 뜨악해서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할 수도 있을게다.
이런 생각이 나를 서럽게 한다.

그렇다고 딸하고 같이 살아야 할까?
그럴 수도 없는 일이매 마음을 다져야하겠지.

손주가 할머니를 떠나는거야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내 몸에서 난 내 자식들도 어느 순간 다 나를 떠났는데….

자식들이 진짜 집에서 나가 살게 된 순간이 바로 나를 떠난 순간도 아니었다.
그들은 한 집에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엔가 이미 부모를 떠나 있었다.

자식뿐이리.  
우리가 이별해야 할 것이…..

우리는 이미 젊음과 이별하였다.
혈기왕성했던 체력과도 이별하였다.

배우자와 이별한 사람도 적지않다.

언젠가 우리는 이 세상과도 이별을 해야한다.

이별을 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게 우리 인간의 길이 아닌가.

그럴진대
피할 수 없는 이별은,  
올 때 오게 놔두고,  오면 오는대로 맞이하고……..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  지금 줄 수 있는 사랑,  지금 맛볼 수 있는 정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여쁜 어린 것을 들여다본다.
………………….
그.
래.
도.

이것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서러운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