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첫째날,  오랫만에 공원 산책을 나갔다.

호수 주위를  걷고 있는데 저쪽에서 어떤 남자가 "아-아!"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지른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그 큰 호수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아이고, 목소리도 우렁차다"라고 느끼면서 계속 걷는데, 이쪽에서 걷던 어떤 남자가 "조용히 해!"라고 큰소리를 지른다.

아마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데  저쪽 아저씨가 이쪽 아저씨에게 야단맞은 것이다.

저쪽 아저씨가 소리지르던 것을 뚝 끊고 멈추었다. 조용해 졌다.

나를 비롯해서 걷던 여자들(주로 할머니들)이 중얼거린다. "조용해서 좋다"

그래도 아직 충고가 먹혀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좋다.

 

  사실은 우리 남편이 우리 집에서 차로 1시간쯤 걸리는 고향마을에 밭을 빌려서 1년동안 농사를 지었다.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의 취미생활이라 1주일에 거의 2,3번씩 갔다 오곤 했다.

가을에 김장 채소 120 모종을 심었다.

예전에는 배추씨를 뿌렸는데 요즘은 모종을 심는단다.

예전에는 씨를 심으니까 어린 배추를 솎아다 먹을 수 있었는데

올해 120포기 아깝다고 어린 배추를 한포기도 갖다 먹지 못했다.

이제 김장 철! 김장감을 가지러 간  남편은 깜짝 놀랐다.

농사가 잘돼서 속이 꽉 찬 배추 60포기와 거기에 맞는 양의 갓, 파, 무우등을 소리 없이 뽑아가고

농사가 잘 안돼서 속이 빈 배추와 부재료만 남은 것이다.

봄 부터 호박이랑, 쌈 채소등을 도둑 맞아서 CCTV를 달겠다고 하던 남편이 김장감을 홈빡 도둑 맞은 것이다.

올해는 김장감도 싸다는데...

남의 농산물을 뽑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마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들일거다.

죄의식이나 미안함, 누가 볼까하는 두려움 그런건 없는 사람들일거다.

그냥 당연함, 네꺼가 내꺼고 내꺼는 물론 내꺼고... 그런 감정이 아닐까?

 

공원에서 고함치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야단맞고 중단하는 사람 정도는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우리 배추를 뽑아간 사람이었다면 야단 맞았어도 계속 소리 지르거나 아니면 맞대응 했을 것같다.

"내가 내 맘대로 소리지르는 데 당신이 웬 참견이냐?고" 

남에게 대한 배려심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일전에 청소년에 대한 한 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서 좋은 점은 소통능력, 부족한 점은 도덕심이란다.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 덕분에 서로 대화는 잘 하나 도덕심은 부족하단다.

나는 가장 기본은 소통보다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정직하라, 남의 물건 몰래 가져가면 안된다"를 우리는 어려서 부터 교육받지 않았나?

서로 믿지 못하고 내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CCTV를 달아야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남의 충고도 받아들이고 남의 마음도 헤아리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