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축하해줘서 고맙다.

여러 사람들을 부르지 않은 것은 그 모임을 집에서 하기 때문이었어.

우리 딸 말대로 호텔에서 하거나, 어떤 레스토랑에서 했더라면

폼나고, 우아하고, 힘도 들지 않게 치를 수 있었겠지.

예쁘게 치장만 하고 나가서 교양있는 미소만 날리면 될테니까.

하지만 나는 누추하지만 우리집으로 손님들을 모시고 싶었어.

내가 살며 내 글의 주 무대가 되는 이곳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순서도 내 가족들 만으로 정했지. 참새알에 참기름 바른듯 굴러가는 노래보다는

내가 좋아 하는 노래를 들려줄 사람을 원했어.

형부에게 축가를 청했어. 딸에겐 첼로를.

 

옛날 잔치집처럼 지짐이 냄새가 나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손때 묻은 방석을 서로 권하며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길 원했어.

그래서 소수의 인원만을, 내가 청하면 거절하지 못할 사람만을 엄선했지.

딱 50명을 청했는데 36명이 왔어.

두 명만 와도 만족하려 했는데 완전 감지덕지였지.

준비하느라 체력소모도 많았지만 그 과정이 즐거웠어.

여행떠나기 전에 이것저것 챙기고 부산을 떠는 그 양상조차 여행의 일부이듯이,

초대장을 만들어 우송하고, 순서지를 만들고, 이름표를 만들고, 좌석을 배정하는 

그 모든 절차가 번거로운 즐거움이었어.

주차장 표시와 모임 장소 표시, 배너와 프랑카드.

음식을 정하고, 주방일 할 사람, 방명록을 준비하고, 축가와 축주.

그룹별로 소개순서를 정하는 그 모든 일이 출판기념회를 위한 축제의 일부였어.

 

우리 동창들은 문자와 봉순이 명자 세명이 왔어.

명자는 우리집엘 오려고 광어를 사다가 포를 떠서 전을 부치고,

더덕무침을 만들어 은박지에 꾸려와서 내 놓더라.

가슴이 뭉쿨했어. 자고 가는 손님도 있을 테니 그때 먹으라더라.

내 주제를 그놈이 아는지라 미리 장만해준거지.

정성에 감격 먹었어.

돈으로 떠질 수 없는 선물이잖냐.

문자는 또 어떻고.

된장을 가지고 양산에서 왔다는 거.

지난번에 문자네 된장으로 국을 끓이니까 먹는 사람마다 맛이 있다고 하더라.

나는 내가 솜씨가 좋을 줄 알았지. 완전 된장맛이었어.

근데 된장이 떨어진 거야.

배추시레기 된장국을 메뉴로 정했는데 된장이 없는 거지.

임금님 진상한다는 된장을 사다가 끓여봤더니 맙소사! 먹던 맛이 아니야.

내 하소연에 문자가 된장 가져갈 테니까 걱정말라잖아.

된장없이 전날 국을 끓였다가 문자가 오자마자 된장을 풀어 넣고 다시 끓였지.

그날 음식은 여러 사람의 정성덕분인지 아주 맛이 있었대.

나물은 수영장 형님이 볶아오셨고,

떡은 야학 제가가,과일은 제주도 문우가, 고기(족발, 보쌈)는 우렁각시가.

이렇듯 여럿의 정성으로 차려서 그런지 내가 생각해도 잔치 음식 다웠어.

 

아참 친구들이 봉투를 줬는데 두둑하게 들었더라고. 히히

정성도 좋았지만 것두 나쁘지 않더라ㅋㅋㅋ ㅎㅎㅎ

우리끼리 얘기지만 그래도 돈보다는 참석이 고마웠어.

 

사진은 내가 가르치는 문예창작반 제자에게 부탁했는데 아직 내 손에 안 들어 왔어.

받으면 여기에 올릴 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두명만 있으면 그 사람은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나는 친구들 덕분에 성공한 삶을 산거야.

 

아참 깜빡했는 데 명자에게 마이크가 가니까 내가 옛날에 마라톤 나갔다가 꼴등한 얘기를 하더라.

아무도 믿지를 않던차에 그 얘기를 해줘서 고마웠어. 꼴등보다는 운동선순였다는게 중요하잖냐.

근데 내 실력이 다 탈로 났다는 거 아니냐. 난 언제나 내가 운동선수였다고 자랑삼아 얘기 하며 살거던.

글구 나 투포환 선수도 했다.

등수보다는 참가했다는 거, 고 점이 중요해.

 

그날 봉순이와 명자편에 이름부르는 대로 책에 사인해 줬는데 정신이 없어서 누구에게 줬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빠졌다 하더라도 봉순이나 명자가 청하지를 않아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라.

<멧새인지 딱새인지>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내게 주소를 남겨줘.

보내 줄게.

요 밑에 그날 내가 한 인사말과, 보냈던 초대장 올린다.

그곳에 각자의 이름을 넣고 초대받았다고 생각하렴.

순영아, 은희야, 은숙아, 문자야, 희옥아 글구 또 많은

친구들아 고맙다.

 

오늘 미국으로 책 우송했다.

등기로 보냈으니까 3,4일 후에 받아볼 수 있을 거야.

감기 안 들게 이불 폭 덮고 자거라. 들.

2011년 1월19일 11시 50분

 

원주 반그러니 계곡에서 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