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하니 참으로 모두 봄바람이 난듯  이곳저곳에서

  여행이다 모임이다  사방군데에서 들썩 들썩 야단이 났읍니다

겨울지낸  묵은지 처럼 여행길의 흥분시기도 지내서 시들해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새로운 이정표를 찾아 계획 하느라 마음들이 바쁜  사람들이 더 많은듯 보입니다

그래선지 여행바람 활기에 덩달아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는듯합니다.

바라만보아도 생동감이 느껴지기도하고 좀 멀미가 나기도합니다.

전 같으면 이 바람을 타고 몸을 맡기고 함께 휩쓸려서 어디라도 날아가려 했을텐데

이젠 나이먹었는지 내사는 이곳 서쪽 해안에서 부는 가느다란  하늬바람에

몸을 맡기고 그저 살랑살랑 떠밀어주는 그 기운만큼만 움직이고싶습니다.

말은 즉슨  건강이 안 바쳐주고 여건이 안된다고 하지만

우선 마음이 동하지 않는것을보면 그건 그렇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젠 큰 바람기가 수그러들기 시작해서 집울안에 부는 바람만큼만이라도

잘 다스리고싶은  그런 소망이 확실하게 자리잡기 때문인것이지요.

며칠전 손녀에게 살랑살랑 불어온 바람도 감기 안걸리게 잘 지켜주고

어제는 울안에 돌풍이라도 잠깐 불었는가  꿩 중에도 암놈인 까투리 한마리가

아이아범 작업실 유리창에 부딪쳤는가  아까운 생을 마감했답니다.

이차선도로가  생기고나서 큰차들도 빈번하게 다녀서 시끄러워졌는데도

우리집울안에 큰나무들이 많아 그런지 아직도 가끔 큰새들도 날아들곤  하지요

요즈음은 봄볕이 좋아서 봄바람이 제법 불어도 또 오후라도

손주들과 마당에 핀 새싹구경도 하고  막 피기 시작하는 꽃구경을 하지요.

하도 할아버지가 꼼짝을 안하니 어제는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아버지 " 할아버지를 불러냅니다.

마지못해 손주들 목소리에 나선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이곳저곳 살피다가

우리는 발견못한 까투리를 작업실 창가에서 찾아내고

할아버지와 함께 걷던 손주들은 커다란 새의 죽은모습에 두려워하기도하고  신기해하기도 했지요.

오히려 며느리 산이에미는 "에그머니나" 하고 놀라 피하고 손주들은 깃털도 만져보고했네요.

한겨우내 몇달동안 육식이 안 땡겨서 전혀 입에도 못대던 산이할아버지가

화색이 돌면서 좀 늦은시간인데도 강화풍물시장에 가자고하는겁니다.

이 아까운 꿩을 그냥 버리긴 아까우니 닭집에 가서 손질해 오자는것이지요.

나도 좀 뜨아해하는걸 보고 집안에서 손질하는걸 포기하고 그러는거라서 따라 나섰지요.

필요한 한약재도 사야하기도하고 풍물시장이 재래시장이니 당연히 닭집에서 손봐줄줄 알았는데

이젠 위생상 시장안에서는 손질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할 수없이 덜래덜래 다시 들고와서는 예전에 집에서들 닭들 잡듯

물을 끓이고 천상 산이할아버지가 마당에 나서서 깃털들을 다 뽑고 말끔하게 손질을 했지요.

  연상 "어찌나 큰지 중닭 크기는 되보이네" 희색만면입니다.

병색이 역력한  얼굴모습으로 식구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던 그 사람이 맞나싶게 의외에 행동에

우선은 안도하고  그저 나라는 사람은  하라는 심부름만 해주었지요.

홍삼을 넣고 대추를 넣고 마늘을 넣고 황기를 넣고 생강을 넣고 은행을 넣고 닭백숙하듯 휘슬러 압력솥에

물을 적당히 붓고 끓이기 시작했읍니다.

뭐 약재를 많이 넣고  끓기시작하니 약대리는 냄새가나고  허긴 손질한 꿩은 야생이라선지 기름기 하나도 없고

그저 발그래한 살만 통통해 보였었지요.

워낙  늦은저녁식사를 하는 산이할아버지이긴 하지만  어제 꿩백숙이 된 시간이 아홉시경이나 되어서였는데

압력솥 뚜껑을 개봉해보니  닭인지 꿩인지 분간키 어려운 모양으로  냄새까지도 훌륭했지요.

물론  난  어찌된건지 보통 모든 음식은 편식없이 잘 먹는데 닭백숙은 먹긴해도 즐겨하진 않아선지

꿩이라고 귀한것이라고 하는데도 손이 잘 안가는데  아주 맛있게 겨우내 육식을 안하던 우리집가장이

오래만에 단백질섭취를 한다고하니 호응하는 차원에서 "그냥 다리살 한점만 주시구랴" 했지요.

그래서 우리집 울안  건물유리창에 투신해서 죽은 까투리 한마리는

우리집가장에게  특별한 식보시를 했다는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실은 육식은 안한다니 식보시란 말은 좀 어폐가  있는듯하지만

산이할아버지는 꿩이 남긴 잔재를 모두 불태우면서 까투리의 보시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고합니다

봄바람에 실려온 까투리로 인해 

어제 우리집 울안에서 일어난   하루의 일화였읍니다.

 

손주 산이가 제비꽃을 꺾어 할머니에게 선물한다고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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