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소싯적부터 마신술이 5톤트럭으로 한차분량은 넘지 않을까?"

언젠가 흥이 넘치는 술자리에서 우리집 산이할아버지와 교분을 쌓은

연극판 친구들이나 문인들이 주고받던 취중 대화내용이다

 

본인들도 그리 계산들을 하는걸 보면

꽤나  오랜 동안을 이런저런 핑계로 

예술을 안주삼아 술과 함께 세월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얼마전  쓴글에서도 비친것처럼 우리집은 오다가다 들리는

주막처럼 몰켜오는 술손님으로 신혼초서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때나 이때나 친구 좋아하는 우리집 산이할아버지는

다른 어느인심보다 술인심 하나는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사람인지라

겨우 밥이나 지을줄이나 알까싶던 신혼시절서부터 

 우리집을 찾는 술 손님들로인해

 내 음식만드는 솜씨는 밥 반찬보다 안주거리 장만하는 솜씨부터  늘었었다.

그리 시작한 주모노릇 삼사십년을 지내고보니 그 혈기왕성했던 술손님들이

내노라하는 원로배우가 되어있기도하고

  한국문단의 원로문인들이 되어있기도하다.

이 예술인이라 지칭되는 사람들이 우리가

 도심서 뚝 떨어진 이곳으로 이사온후 주춤하는 사이에도 

 우리사는 환경이 또 남달라서 이겸저겸 찾아오는 지인들로

즐거운 술자리는 이어갔고 나는 여전히 나이들어 좀은 노련해진 주모였다.

그러다 삼사년전부터는 이 지인들도  진이 빠졌는가

오지말라고 한적은 한번도 없는데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다 그래도 옛적에 한가닥 하던 풍류가 살아나면

가끔은 술자리를 만들고 정겨운 자리를 마련하는데

그 모습들을 볼라치면 애잔하다.

은퇴한 나이에 노년기에 접어든 시점이기도 하지만

성성한 머리숱에 주름진 얼굴 풀기빠진 몸태와 총기없어진 눈매의

겉모습들이 취기와 섞이면 더 쪼그러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 에이구...가는세월엔 장사가 없다더니"

아무리 이런저런 의술발달로 늙음도 감추는 재주가 생겨났다지만

속으로 쌓여온 연륜이야 숨길수가 없지않을가싶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집 가장 산이할아버지는 아직도 술을 빚는다.

또 얼마전엔  강화 풍물시장에서 생물어란을 사와

채반에 마누라 그림용지인 화선지를 깔고 참기름을 곱게 발라

마른어란으로 정성스럽게 말리고있다.

 

혈기 왕성한 시절이였다면 담근술 두항아리라면 며칠 분량이나 될 양일런지 싶은데

올겨울 이 지나도록 두 항아리의 가양주가 아직도 술냄새를 품고 남아있다.

그러니까  혼자서도 며칠이면 드렁을 낼 양일텐데말이다.

술항아리가 그럴듯한 향을 내뿜은들 어란이 먹음직스럽게

잘 말라가든  우리집 가장에겐 서서히 그림의 떡인것처럼 내눈에는 그리 보인다.

 

 술항아리와  어란 안주 006.jpg

주인이 없어 비워둔 딸아이방에  술항아리가 들어앉아있다  난방을 안하니 술저장고로는 제격입니다

 

술항아리와  어란 안주 009.jpg

하루 한차례씩 참기름을 바르고 햇볕을 쫓아  정성스럽게 말려진 어란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