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비행기는 잠시 후에 뉴욕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착륙을 알리는 기장의

안내 방송에 어수선한  기내에 순간 생기가 도는 듯했다.

 

여름을 향해 달리는 5월28일

6월 2일 딸아이 출산(둘째)예정일을 앞두고 기대와 설레이는 마음, 만약 내가 도착하기 전에 출산한다면,,

사뭇 긴장된  마음으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서울에서 뉴욕 편은 항상 한국 탑승객들로 만석이고

13시간의 비행시간은 몇 번의 스트레칭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온 몸이 뒤틀리는 듯한 지리한 여정이다.

 뉴욕의 현재 기온과 날씨 상태를 알리는 어나운서먼트가 이어지자 착륙과 함께 기내는 술렁이고 성급하게 나가려는사람들로 순식간에 정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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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의 행렬에 밀려 입국심사를 끝내고 짐을 찾아 카터에 싣고 출입구를 빠져 나오자

"할머니~" 어디선가 달려 나와 내 품에 덥석 안기는 네살박이 내 손녀!

이윽고 만삭의 딸, 사위가 연달아  허그를 날린다.: 어머니 , 피곤하셨죠?  엄마, 서울집엔 별일 없지?"

"아, 이 땅에 또 하나의 내 가족이 건강하게 반듯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이런 내 마음을 싣고 차는 어느 틈에

JFK (John F. Kennedy) 공항을 빠져 나간다.

 

뉴저지 쪽에도 전 날 비가 왔었는지 차창밖 날씨는 청명하고 햇살이 따사롭고

집 근처로 들어서면서 아름드리 나무의 짙은 녹음사이로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푸른 하늘 아랜 어김없이 다람쥐, 토끼들이 깡총다닌다.

드디어 집에 다다르자 차 안에서 내내 내 손을 놓지 않던 우리 손녀, "할머니, 서울가지마요, 여기 살아요." "어머나~ 세상에~"

더욱 뽀얗게 예뻐진 손녀의 귀여운 말투에  지루했던  여행의 피곤함이 일시에 달아나버린다.

 

그날 저녁, 깨끗이 정돈된 침대에 편히 누웠지만 좀처럼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시차에 적응하려면 일주일은 걸리 겠지.. 몇시간을 뒤척거렸을까, 시계를 보니 새벽3시 건너 편 딸아이방에서 인기척이 났다. '해산 진통이 온 걸까?'

벌떡 일어나자  아니 다를까 사위가 나와, '어머니, 이 사람이 진통이 시작 됐나 봅니다. 어쩜 어머니 오시고 나니...'

"김서방, 어서 서두르게, 애기낳으면 얼른 전화하고."

곤히 잠이든 손녀를 내게 맡기고 배를 움켜진 딸아일 부축하며 차고로 내려간 사위는 이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재빨리 병원을 향해 핸들을 돌린다.

첫 애도 아닌데 내 가슴은 왜그리  콩닥거리는지...   문득, 어릴 적 삼신 할머니가 도와 주신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머리를 스치자 잠시 안도의 마음을 내기도 한다..

출산 할 곳은 'The Hackensack University" 종합병원. 산부인과 쪽에선 동부 뉴저지에서 으뜸이라 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날이 밝고 점심때가 돼도 연락이 없다. 참다 못한 내가 다이얼을 돌린다.

'예, 어머니, 지금 잘 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항상 신뢰와 믿음의 편안한 사위의 음성이다.

집에 남은 손녀에게 동생 베이비가 태어난다고 하자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손녀와 퍼즐 게임에만 눈을 주는 동안 밤새 잠을 설친 탓인지  잠깐 졸음이 찾아 왔다.

그 때 아이폰 벨이 나를 퍼뜩 깨운다.' 어머니, 애기 잘 낳았어요. 3.5kg. 건강하게 순산했어요. 주연이(첫째 손녀) 닮았어요.' "오~ 수고했네~!"

 5월29일 (한국 시간 5/30 ) 오후 2시 내게 드디어 네번째 손주가 태어 난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하늘 멀리 계실 외할아버지(내 남편) 도 분명 흐뭇해 하셨으리라...

 

처음에 또 딸이라고 했을 때 난 왠지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하늘에서 내려 주신 고귀한 생명의 선물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 요즘은 딸 둘이 대박이란다.(ㅎ )  

순산을 위해  최선을 다한  딸과 사위, 새로 탄생한 새 외손녀, 언니가 된 첫 째 외손녀 모두가 건강하기를 기도하며

또한, 건강이 허락하여 딸의 산후조리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해주신 부처님께 감사드린다.

 

 

  새로 태어난 손주

첫째 외손녀는 동생이 Boy 냐고 묻는다.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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