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누룩(신국) 만들기와  손주들과 놀아주기, 우리집 떡두꺼비 015.jpg

올 여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더운 여름이다.

이 무더위를 피해 겨우 이박삼일 소모임 동문들과 다녀온 강원도 태백 여행후

줄곧 신국(약누룩)을 만드느라 우리집 부부는 올여름 마지막 기승를 부리는

더위와 함께 신국의 재료인 약초들과 씨름을 했다

보통 알고있는 술누룩 만드는일도 요즈음은 가정에서는 만들 생각을 안한다.

누룩이란것도 아마도 과거 선조들이 하던 가양주 만들 때 필요한 양조 조건에

필요한 필수품인걸 아는 사람들도 이젠 드물거다.

저작년에 우리집에서 누룩은 만들었었는데 그때 당시도 지인들 모두가

 우리집에서 하는 이일이 특이한 일을 하는양 보았었다.

그러다보니 우리집 가장이 경험에 힘을 입어 약초를 가미한 약누룩을 만들 생각을

언제부터인지 한 모양인데 마침맞게 강화 민통선안에 살면서

약초로 효소를 만드는 후배네 바깥분을 알게되어서

이런저런 약초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서로 알게되었었다.

근래에 드문 공부들을 한 사람들이라서 취미도 같고 생각도 같아서

두분은 많이 기뻐들 하는양 싶었었다.

그래서인가 후배의 남편인 김 선생이

약누룩에 필요한 약초를 고맙게도 채취해다 주어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에 옮기게되었다.

일명 청호(개똥쑥), 창이자(도꼬마리), 여뀌잎은 청정지역인 곳에서 채취한것인데

여뀌잎과 개똥쑥만해도 무척 튼실하게 자라 우리집 울안에 있는

쑥과 여뀌잎이랑은 대조가 되어보였다.

처음에 약초를 채취해다 주겠다는 언약을 받은 다음

우선 누룩에 주 재료인 통밀을 강화풍물시장에서 15키로를 구입했다.

쌀 20키로면 우리집 양식으로도 한달을 먹을양인데 거의 맞먹을 정도로

많은 양을 씻고 일러 햇볕에 바짝 말리어 두었다.

그다음날 가져다 준 개똥쑥을 깨끗이 씻어 잎을 따내어 녹즙기로 즙을 내어

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행인(껍질벗긴살구속씨)을 다듬었는데

한약재파는 판매상들이 손질해 판매한다는 행인이 손질이 덜 되어

독이 있다는 끝부분(싹이틔는부분)이 대부분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조그마한 행인 끝 부분 수천개를 (더 많지 싶은데) 그것을 가위로

짬짬이 오려내는데 사흘이 걸렸다.

그 다음 가져다 준 창이자와 여뀌잎도 이파리를 떼어내어(양이 만만치않게 많아서)

이틀에 걸쳐 새벽 세시경까지 녹즙을 내었다.

그리곤 한수 더떠 이왕지사 힘들이고 공들여 만드는 약누룩인데

옛방식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우리집 가장은

집에 있는 멧돌은 크기에 힘이 부치니 좀 작은 멧돌을 구입해야겠다고

눈여겨 보았던 그 작은 멧돌을 풍물시장에서 구입을 했다.

내심 믹서로 갈아 쓰는 일이 여엉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드디어 나는 팥 한되를 삶아 곱게 돌절구에 빻는데 그일도 만만치가 않다.

옛날 큰 절구도 있지만 앉아서 조곤조곤 약절구에 빻다보니

한번 빻는양이 양이적어 생각보다 일이 더디다.

내가 팥과 또 씨름을 하는옆에서 우리집 가장은

밀을 타기 시작한다.

내 어린시절 친정어머니께서 큰일때면 힘들여 하시던 부침개를 하려 녹두갈고

여름엔 콩국수 만들때면 콩을 삶아 갈던 그 멧돌질을  과학문명이 눈 깜짝 할새에

변화무쌍하게 발전되어 온갖 도구가 편리하게 발전된 세상에 그것도 남자가 멧돌질을 하겠다고한다.

이런 세상에 우리집은 거슬러 올라가도 한참 올라간 석기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팥삶아 한되쯤이야 어찌어찌 해보겠는데 멧돌질만은 내힘으론 못하겠노라

나는 미리 사양했으니 죽으나 사나 혼자 해야하는데 시작 초반부터

멧돌질을 하는 우리집 산이할아버지 어째 심상치가 않아보인다.

그래 슬쩍 이야기를 부쳐본다.

“내 어릴적 친정할아버지께서 여름이면 이삼일 간격으로 콩국수를 찾으셨는데

그당시 친정어머니께서 조용히 한숨 쉬던 그 콩갈던 멧돌질이 얼마나

번거롭고 힘들게 하신지를 어린 나는 보아온지라 내가 그 멧돌질을 사양한거라우

당신은 내가 못한다했을 때 보란 듯이 내가 하겠노라 큰소리쳤지만

내가 말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듯해서 말리지를 않았다우~

어째 힘들어보이우 대강 좀 하다 여엉 힘에 부치면 방앗간에 가서 빻아옵시다~

그래서 우리집 산이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 하려던 힘겹던 그일에서 쉽게 벗어나

방앗간에서 아주 용이하게 나머지 밀을 빻아왔다.

석기시대로의 회귀는 이 시대에 물질문명에 물든 우리들에겐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닌 것을 늦게나마 알게된것이라고 하면 산이할아버지

좀은 섭섭할것인지?

나........이 마누라는 아는일을 남자들은 왜 생각이 미치지못하는지(여자들이

하는 일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닐는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통밀가루와 청호(개똥쑥), 창이자(도꼬마리), 여뀌잎의 녹즙

행인가루, 갈은팥을 함께 섞어 버무리기 시작했다.

제일 큰 다라이에 푸슬푸슬 버무리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통밀가루 15키로에 동의보감에 있는 모든 재료에 양이 어쩌면 이리도 알맞은건지

옛조상들의 슬기로움이 돋보여서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버무리는데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여태까지 힘들던 일들을 잊게된다

산모가 해산뒤 산고의 고통을 잊듯 다신 하지 않겠다고 내심 작심하던일이었는데

근 십여일이 넘도록 이 약누룩 만드는일에 올인하면서말이다

이 약누룩이 잘 발효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게되는때가 온다면 아마 나는

또 모든 어려운일을 잊고 다시 두손 걷어부치게되겠지........

한여름 무더위 한복판에 꼭 만들어야  잘 발효가 된다는 누룩

인내심의 한계를 뛰어넘기도 하고 도를 닦듯 공들인 이런 시간들이

다른 사는일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베란다에서 은은한 향취를 뿜어내는

약누룩에 흐믓한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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