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을 갓 넘으면서 잔 글씨가 아물아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유를 몰랐지..
왜 글이 아물거릴까?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더 심해서
신문을 볼수가 없었다.

왜 이럴까? 왜 이럴까? 하면서도 도통 이유를 몰랐는데,
어느날 문득 '아! 돋보기를 써야 할 때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허나 내가 누군가? 다른거라면 몰라도 눈 하나는 좋다고
일생을 자부 하면서 살았고, 아이들 아버지가 늘 하는소리..
자기는 눈이 너무 나빠 장애인이라면서 안경을 찾을때마다

글씨가 안보인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터였는데...
되지도 않은 자존심 때문에 도저히 안경은 쓸수가 없다고
수 개월을 버티고 살았었다. 안 보여서 애를 쓰면서도.

신문을 볼수 없으면 안보면 되지! 책을 읽을수 없으면 안보지뭐!!
그러던 어느날 딸아이의 한마디 "아이구, 엄마! 나같으면 안경쓰고
읽으면서 살겠다." 하는거였다.

순간 "응? 정말!! 안경을 쓰면 잘 보일텐데.. 와 이러고 사노!"
그래서 그날로 안경점엘 가서 안경을 맞췄다.
'정말 속 시원하구나, 진작 안경을 쓸걸' 했었지.

그다음 부터는 돋보기가 나와 함께 어디든 같이 다니는 중요한
소품이 되었다. 그런데 필요할때 꺼내서 사용하고는 어디다
두었는지 정신이 깜빡 깜빡 하면서 안경찾는것이 하루의

일과중 제일 처음 하는 일이 되었다.
글이 안보여 평생을 고생한 남편을 이해 하면서...
아니 이 안경이 어디갔을까?

어느날 길을 가는데 나이 드신 분이 길거리에서 돋보기를
팔고 있었다. '날마다 안경을 찾지말고 하나더 사야 겠구나!'
해서 하나를 더 샀는데 하나는 핸드백에 넣어다니고 하나는

거실에 놓아두고 사용했는데, 그러다보니 부엌에서도 안경이
필요한 일이 생기는 거다. 처음 산 라면이나 햇반을 샀을때,
설명서를 읽어야 할일이 생겨서 하나 더 사고...

그래서 지금은 안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부엌에 하나,
전화기옆에 하나, 컴퓨터옆에 또 하나, 핸드백에 하나, 영어책
교재 가방에도 하나, 차에도 하나,...도합 8개가 되었다.

그러던 중 교재 가방에 있던 안경을 잃어 버려서, 다시 안경점엘
가서 안경을 샀는데 아주 예쁜 만년필 같이 생긴 가지고 다니기
아주 편하게 생긴 안경을 팔고 있길래, 탐이나서 또하나를 샀는데

잃어버렸던 안경이 자동차 시이트 밑에서 발견이 되어 도합
10개가 되었다 . 이모든 게 돋보기 라는 사실...

지금은 손만 뻗으면 도처에 안경이 있다. 돋보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