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독립해서 나가 오피스텔에서 살면서 막내아들녀석이 기르다 포기한 고양이 두 마리를
거의 반 강제적으로 떠 맡아서 기르기를 4년여 처음에는 강아지라면 몰라도 사람을 따르지 않고
별로 정이 가지 않는 동물 이라고 생각한 딸아이가  반가워 하지 않았다고 한걸로 알고있다.
그러나 우리집막내의 심성으로는  애완용 동물들을 주인들이 기르다 사정상이던 어떤 이유에서든 매정하게 버리거나 방치하는것이 잘못된 인간들의 행태라고 생각하던중인데 자기가 그 짝이 날판인고로 지나름대로 고양이들을 맡아서 기를 주인을 고르는일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별할 수 밖에 없었던것이리라
그래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면서 자유롭고 능력도 있다고 나름대로 고른 사람이 지 누나였다.  
누나가 외롭게도 보이고 이거야말로 고양이 기르기에 적격이라 판단하고는 그다음 작전으로 들어가서
고양이들의 장점을 누누히 설명하며 설득을 한 바람에 고양이 주인양육권 이양에 성공을 했던것이다
그 당시 지 일도 바뻐 저도 저를 잘 챙기지 못하는 딸아이가 고양이 두마리를 졸지간에 양육하는 보모가 되어 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할것인가 생각은 했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나는 곧 그 일은 잊어버렸다.
딸아이만 고양이들과의 특별한 관계가 이어져서 생물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충이라는것이 용납이 안된다는것도 알게되고  다른생명의 보존 유지하는데는  많은공부가 필요하다는것도 알게 됐던 것이다.
애완동물을 좋아해서 기르는 사람들은  집안에 식구의 일원으로 동물을 한마리라도 기른다면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부수적인 일들이 많아서 무척이나 부지런해야하고 신경 쓸일이 많다는것을 잘 알것이다.
지금 컴퓨터 책상위에 딸이 기르던 문제의 고양이 구슬이가 약간의 코를 골면서 자고있다
지가 좋아하고 따르던 주인이 안보인지 한달여 꿩대신 닭이라고 기다리던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그나마 밥도 주고 같이 있어주는 나를 서서히 따르기 시작해서 밖이라도 나갔다 들어오면 반갑게
마중을 나오고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옆에와서 비비고 애교를 떨고는한다.
딸이 처음에 반기지 않았던 거와 마찬가지로 나도 할 수 없이 이 녀석을 맡아 기르면서 애들아버지가
그토록 집안에서 털 달린 짐승을 기르는것을 싫어하는것을 상대해서 대처하느라 데리고 들어온
으듭자식마냥 감싸고 숨기고 늙마에 팔자에도 없는 눈치꾸러기가 되어 이녀석 뒷처리를 하느라
일 많은중에 더 바쁘게 되었다. 아버지가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하니 딸 아이가 너무 섭섭해 하는고로
선뜩 내가  허락해준 책임으로 요즈음 고양이 할머니 노릇까지 하니 참말로 거절하지 못하는 흐리멍텅한
성격의 끝간데는 어디 까지인지 나도 내가 걱정이다.
그렇지만  고양이 구슬이의 얽힌 특별한 이야기꺼리가 있어서 그이야기를 해야 할것같다.
고양이 구슬이가 딸아이와 오피스텔에서 지새끼 한마리를 데리고 같이 2년여를 살던무렵
그때가 아마 겨울이 아니었나 싶다. 그당시에는 너무나 놀래서 급박한 딸아이 목소리를 전화로 듣고
서울까지 한밤중에 한달음에 달려갔던 기억밖에 생각이 안나고 더 다른것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겠기에 말이다.
우리들은 보통 화재가 나는것은 뉴스나 먼곳에서 방관자로 보면서 안타까워들 하고 실제로 식구가 화재로
피해를 입고 가슴떨리는 일을 겪는 상황은 흔치 않다고 본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화재때문에 겪는 일은 피상적으로 알지 어찌 경험치 않고 알 수 있으랴. 겪어보니 상상했던것보다는 더 화재의 현장은 한마디로
충격 그자체였다.
아끼던 것들이 잿더미로 화한 것들을 보는 참담함이라니....
그당시 딸아이 말로는 고양이 구슬이녀석이 화장실을 가다 옆호실에서 넘어오는 불길을 보고 하도
야옹대서 딸아이가 무슨일인가 화장실을 들여다보니 옆호실 화장실에서 불길이 딸방화장실 천장쪽으로
넘어와서 불길을 발견했던것이고 그걸보고는 고양이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야옹댔던 것이었다.
그래 딸아이가  떨리는 중에도 소방소에 신고하고 14층 호실마다 불이난것을 알리고 하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와중에 고양이 두마리를 찾아 안고 나오다 놀란 새끼 녀석은 방에서 놓치고
구슬이도 불이나간 복도에서 놓치고는 할 수 없이 아래층으로 혼자 피신을 했던것이다
그후 14층 다섯호실이 불에타고 물론 딸아이 방도 타버리고 새끼 고양이[이름이 치즈였다]는
침대밑에서 연기에 질식하고 소방차에서 뿌린 물에 젖은채로 죽은채 발견이 되었고 구슬이는
입주자들이 1층에서 본사람이 있다고해서 작업실에서 같이 일하던 후배들이 밤을 새워 찾는중에
아무도 없고 불타서 엉망인 자기집 베란다에 와서 주인을 기다리는것을 찾아내서 일단은 집으로 데리고
내려와 딸아이 작업실을 다시 구해 데리고 다시  2년여를 살다 유학을 가는바람에 결국은 내가 맡아
기를 수 밖에 없는처지가 된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위험한 순간에 딸아이 목숨을 건진 고마운 고양이가 아닌가
이 녀석을 달라는 딸아이 동료도 있고 후배도 있지만 딸 아이가 워낙 정성을 들이고 기르던터라
내가 남에게 주기에는 더 섭섭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고양이 구슬이가 내가 베고 자는 베게옆에 올라와서 같이베고 누워 그 특유의 골골 거리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자다 깨어 한밤중에 이글을 쓰고 앉아있으니 참으로 어쩔수 없는 일이지 무엇인가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앞에 앉으니 저도 책상한켠에 누워 저렇게 잠을 청하고 편안하게 누워있다.
어쩌면 사람을 그리 따를 수가 있는지 전에 내 어릴때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는 쥐 잡으라는 명목으로
키웠지 이리 사람하고 가까이 살갑게 키운적이 없고 고양이 자체도 그리 사람을 딸치 않았던 기억인데
하는짓이 고양인지 강아진지 분간이 안갈 지경이다.
어릴적 부터 사료로 키워서 부뚜막에 생선도 물론 먹을 줄 모르고 글쎄 쥐도 잡을 줄이나 알려나
모르겠다.
체코에서 메신저로 딸이 화상채팅 할때마다 "구슬이는"하는 이유를 이제 서서히 알것도같고
유별나게 군다고 구박하던 심사도 서서히 사라지니 이 인연은 또 어찌 꾸려 나갈건지 앞으로가
문제로다.

강아지같은 고양이 구슬이는 터키쉬 앙고라 라는 종인데 털이 하얗고 길고 두 눈 빛갈이 다른데
한쪽눈빛은 푸른색이고 다른쪽 눈빛은 노란색이라 구슬같은 두 눈색이 예뻐서 구슬이라 지었답니다.
요즈음 딸이 읽고 재미있다고 주고간 피터 게더스의 파리에간 고양이를 읽으면서
책표지에 쓰여있는 문구가 재미있어 옮겨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고양이와 불완전한 인간의 여행,사랑.인생이야기.
삼분의 일쯤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는중입니다.
참으로 고양이를 소재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그다음은 프로방스에 간 낭만 고양이라나 그걸 읽어야한다.[느리고 소박한 삶을 찾아 떠난 인간과
고양이] 그 속에는 어떤 일들이 전개 될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