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쏟아지던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는  오전 아홉시경인가  우리집 전화벨이 울리고

   고향에 귀향해 살고있는 유일한 친구인 산이할아버지를 만나러 고향친구들이 찾아온다는

연락을 받았었지요.

고향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사노라고 

겨우 소식만 전해듣고  사는친구 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산이 할아버지 소재를  알아내고 찾아온다고 하니

산이할아버지 많이 흥분된 모습이였읍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친구가  어릴적 초등시절 살던집  이웃집에 살던 친구인데

그 친구가  멀고도 먼  남미쪽에 볼리비아란  곳에서 살고있는데

 어렵사리 짬을 내어 가지고 고향의 향수도 달랠겸  친구들도 만날겸  찾아왔다는것입니다.

몇십년만에 나타난 그친구 어릴쩍 불리우던 다른 이름이 부면장집 아들 이랍니다.

우리가 그시절엔  면장이라고 하거나  부면장이라고 하면 시골에선 그래도 나름 행세께나

하고 산다고 알고있지만  이 친구분은  실제로는  부면장을 지낸  부친이 사변이후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나  명색만  부면장의 아들로 불리웠을뿐  삼남매를 거느린  과부 어머니 손에

어렵고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다는군요.

그러나 저러나.............

비가 와서  며칠 장을 본것도 없고 해서 난감한데 산이 할아버지 걱정을 놓으라고 합니다.

그냥  있는그대로 푸성귀 반찬에 된장 고추장........정성껒  성의있게 하면 되지뭐.........하더라구요

그래 특별메뉴가  없으면 없는대로 그리하자...하고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는

몇가지도  생각나고.........왜 누구 특별한 손님이 온다고하면 장을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머리속에 박혀있는지 혼자 웃었지요.

며칠동안  산란했던 마음도 잊고   세시간동안  집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료로 반찬 몇가지를 만들고

콩밥을 좋아했다고 하는 그 친구분을 위해  다시 새밥을 짓고  우거지된장찌개 , 묵은 김치찌개

비가와서  미쳐 따지못한 오이로 오이생채,  제주도에서 부쳐온 옥돔구이, 명란젓  , 우리집 조개젓

오이지 냉국,  양배추쌈, 부추김치, 갓김치, 꽃게무침,.....그러고보니  육지고기 종류가 없긴 없었네요

골방에 모셔두었던  백자그릇에  옛날수저세트에 시간에 맞추어서 상을 겨우 본 시간에 맞추어

드디어  산이할아버지 고향친구분들이 들어오고  남자들의 고향친구들이 감격의 상면을 하는걸  목격했네요.

시골밥상을 만난  친구분들  식사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담소로 즐거워 하니

옆에서  시중을 드는 나도  덩달아  기분좋은 시간이였고

특히  어릴적  먹어보았던  고추장오이생채무침은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히는데

모두가  숙연해 지기도 했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날의 화제의 중심은 물론  먼곳에서 찾아온  옆집살던  부면장집아들이였고

볼리비아에서  온  꿈에서나 서로 만날수 있었던  그 친구분의  고생담과  성공담은 말 그대로 금의 환향

이였읍니다 

식사후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잠깐씩  들어본 이야기중

 ..........의미심장한  한마디...." 그러나 이렇게 달려와 보니 이제는 인생이 너무 허전해"

마지막  정리를 여하히 할까  하고  생각해야할 시점인데  너무 나만 위한 일로 매진했으니 이젠

다른 생각도 해야하나  생각중이네....."    하더군요. 

부자가 되고 단단하게 성공했다고 세상은 말하지만  본인은 허전하다못해 허무하답니다.

어릴적부터 심성이 착하고 정많은 사람이여서  소리소문안나게  인생을 잘 마무리 할거라고

친구들 다 돌아간뒤에  산이할아버지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나........

수안산방 주모는 말 그대로 주모역활이 제일로 마땅하지만

 세상 불 밝히는 주위에 정의로운일에도 몰라라 하면 안되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Vovalise / Sergey Rakhmani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