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쓰게 되는 말이지만 너무 힘들때는 "죽을 둥 살 둥"지내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는 한다.

시월 한달은 마음도 몸도 지치고 거기다  짧은 여행이지만 여행도 갔다오고

지친 심신에 큰 활력소가 되는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여행인지라 그 끝에

요 며칠 기침 감기 몸살로 좀 힘들었었다.

  그렇긴하지만  감기란 큰 병이 아니라서 괜찮아 지겠지 하는  생각때문에

보통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하는일을 하게된다.

(알고보면 감기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제일 조심하라하고 절대 무리를 하지말라 하던데.....

그건 그냥 상식으로 입력만되어있다.)

그래서 저번주 금요일서부터 일요일까지 감기기운을 껴 안은채 한해살이 김치를 하기위해

금요일엔 밭에서 무우, 배추를 뽑고 이것저것 양념거리인 생물들을 사 모으고 했다.

올해는 어느해보다 김장을  일찍 서두른 편인데

그것은 일년내 먹던  작년묵은지가  다른때보다 일찍 떨어졌고  너무 시어진 이삼년된

신김치를 마다하는 가장 때문에(아마도 몸상태가 많이 나빠져서 인듯싶다)

더 서두르게 되었다.

작년엔 팔십여포기를 담갔는데 넉넉치 못했으니  한 이십여포기 더 해야되지 않나싶어서

올 김장은 백포기를 하기로 머리속으로 계산하고 그 준비를 했다.

.........드디어 토요일 어째 몸이 시원찮다........

"와"!...........이노릇을 어찌하랴  어제 진종일 배추 무우 뽑고 장보고 한게 무리였던지

허긴..........나보다 더 큰 사단이 나서 폐렴 증상이 있어 병원 입원지경까지 벌어진 산이애비가 있어

약달이고 사골에 도가니 스지 사태를 넣고 고느라 새벽 세시꺼정 눈을 못 부쳤으니.....

그래........깨어보니 아침 아홉시가 아닌가.......몇시간 죽어서 잔듯하다.

그래도 약속이니  부랴사랴 준비를 하고

 춘희 둘째아들  혼배미사를 하는 여의도성당엘

희순이 차를 타고가서 무사히  참석을 하고 돌아왔다.

 

실은 우리집 산이애비는 며칠전서부터 적체된 피곤때문에 나보다먼저 감기몸살로 이어지다

폐렴증상까지 생겼으니 따져보면 집안식구들 모두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셈인데 

?김장을 못한들 어찌하겠는가~......................

생각이 둘로 나뉘어져서 더 머리아프다.

그래도 내일 지구가 망해도...아니다...ㅎㅎㅎ....내일 죽더라도 저 아까운 무우 배추를

어찌 버리겠는가말이다.........유신애비 먼길떠나 오랜동안 못볼텐데 집에 오는날 잡아서

하고.....작업실에 인원 두어명이 도와준다니 이 기회를 이용해야지....내 몸이 부실해도

이때가 기회이고 추울때보다 났지싶은 마음도 있어서 꾀를 나름대로 쓴것인데...........

웬걸 ...산이애비 아프는바람에 일이 늦어져서 작업실 인원을 뺄 수가 없는모양이다.

유신애비랑 둘이 배추 백여포기를 절이는데만도 네시간여가 지나고

열두시가 되어 끝이나고  새벽 다섯시에 자는둥 마는둥 깨어서 윗덮개 아래덮개 바꾸어 뒤집어주고

양념거리 씻고 마늘 생강 다지고..........큰 아들녀석 아무리 요리사 자격증꺼정 지닌 솜씨래도

우리집 김장은 내 소관이니 양념거리는 내가 일일히 점검해야한다.

오죽 급하면 산이할아버지도  마루에 나와 석박지도 썰어주고 무우채도 썰어주고

숨이차다 하면서 무도 씻어주고..........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데 너무 엄두 안나보이는지

아깝다 생각말고 다 때려치라고 말리기도 하지만

저질러진일이니 하다 중도막 칠수도없고 정말 부지깽이도 이집 판세를 보면

겅둥겅둥  도와주고 싶어질 판국인 셈이다.

 

그래도 " 죽을 둥 살 둥"  젖먹던 기운꺼정 짜내서

단련된 체격의 힘을 가진 큰 아들 기운과  오래된 숙련된 내 묵은 솜씨와  함께

부지깽이보다는 훨 얌전한 산이할아버지 도움까지 받으면서..........억지 춘향으로 하기시작했다

며느리는 아이들과 지 신랑 병수발 때문에 얼굴마져도 디밀지 못하는 지경이었지만

저녁나절 할아버지가  손주들과 놀아주는 조건으로 배추속을 넣어주고

그나마  한 손 거들어주었으니 일년내 김장먹기에 미안치 않으리라.

" 우리 마누라  큰일 잘하는건 알지만  ....감기 앓으면서 ...천하장사일세 천하장사"

연상 미안하고 안쓰러운지 되풀이 이 말을 한다.

참으로 사람이 살게 마련인것이 분명 몸은 고단한데 이 일을 해야한다는 일념을 가지니

안될일인것 같은데도 드디어 완성을 시키고만다.

내몸에 병을 주고 .........연상  약을 주면서........병주고 약주고....ㅎㅎㅎ

올 김장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성했읍니다.

어느해보다 파란만장한 김장 하기 장정을 끝냈다고 해야하겠네요.

( 아직도 기운이 남아서 ....죽을 둥은 끝나지싶고....살 둥으로 오히려 넘어가는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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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뽑아보니 적당하게 잘 자라주었고 배추살도 적당하고 맛도좋으니

죽어도  이 놈들을 버릴 수는 없지요....욕심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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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는 더욱 잘 자라주었네요.......실한 놈은 배추와 견주어도 엄청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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