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명자!

 

1학년 7반 예쁜이 정원일 기억하는거로 봐서 넌 분명 훌륭한 사모일거다.

아무나 목사 사모 되는거 아닌걸로 알거든. 선택 받은 분이 그렇게 약한 소리 하면 불쌍하고 가여운 민초들은 어찌 살라고 그러냐?

이 나이에 아직도 아킬레스건이 있다니 놀랍다. 어쨌거나 옛친구들은 반갑고 살갑더라. 아무 걱정말고 다음번 모임에는 꼭 나오시도록...

주향이 혼자 고군분투 하는게 안스럽기도 하고 (걔한텐 안어울리는 표현이다 ㅋㅋ)  어떤면에서는 부럽기도 해. 여건이 되니까 그리 뛰지?

사실 학교 다닐땐 전혀 모르고 지냈는데 이제서야 우리가 뺑뺑이 세대라 구박덩어리였다네. 하지만 그러면 어때? 지금도 인일여고는 뺑뺑이 애들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말야. 그 애들이 없다면 인일여고 자체가 없는거 아냐? 그냥 모른척하고 여기저기 얼굴 내밀 생각이야. 너도 아무 생각말고 나와. 어쨌거나 인일인이라는게 까맣게 잊고 지냈던 족보 찾은듯 반갑더라고.  같은반 한번 한적 없던 동기들이 마치 어제 헤어졌다 다시 만난 애들처럼 정겹고 여고시절 추억을 곱씹으며 깔깔대는 모습이 어린 막내딸 수다 떠는것과 똑같아서 따뜻하더라.

나이를 이만큼 먹고나서 생각해보니 이제 새로 만들어갈 얘기가 얼마나 더 있을까 싶어. 그저 뒤돌아 보며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아가는거겠지. 

다음 모임은 언제더라? 1월 11일 11시  임비곰비라는 곳이란다.

난 서울 살아서 어딘지 정확히 모르지만 주향이한테 물어서 다시 알려줄게. 너 전화번호좀 알려주라. 연락도 하고 그러자.

 

간밤의 단비가 가을을 다 쓸어가 버린듯 황량하다.

나를 기억해 주는 네가 있어서 참 행복하다. 잘 지내자.                                                            왕년의 예쁜이  강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