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호승-詩♣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 했을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임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 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