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날만큼 급격한 변화에 숨 가쁘게 쫓아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낯설어할 때가 있다. 그러나 요즘 낯섦 속에 낯익음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이 하나 더 생겨났다. 꼭 거기쯤 있어야할 곳, 우리 가정에, 사회에 꼭 알맞은 자리에서 자기의 이름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행복함을 느낀다.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았어도  무엇이든 땀방울이 송송 코에 맺힐 정도로 열심이던  숙이 모습, 교육국에 있다는 특별히 눈이 예뻤던 선영이, 웃음소리가 생생한 뽀얀 피부에 성숙이가 그대로 풍경이 된다. 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아마도 37년 전 모든 친구들이 흑백으로 나타날 듯 싶다.
나, 이렇게 한가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꾸만 인일 홈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할 일은 많은데.

30여년 간의 일상이 이렇게 바뀌어 버리다니. 출근하자마자 인일홈에 먼저 눈인사다. 회의가 있다고 인터폰이 와도 꿈쩍없이 친구들의 왕수다가 좋다. 이러다 짤릴라.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어도 모두들 옛모습 그대로라고 즐거워했지만 요즘들어 지치고 힘들 때가 자주 있구나. 그러나 이젠 우리가 지쳐있을 때 기대어 앉아 쉴 수 있는 쉼터가 있어 즐겁다. 오늘도, 또 내일도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