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있어도 다 못먹을 저 먹거리들
어쩌자고 저리 많이도 사왔는고...
일주일에 겨우 밥 한번 해서도 다 먹지 못하고
썩히고 썩혀 버리고 마는 인생이거늘
어쩌자고 이리 고생을 하는고...
어깨가 시큰거리고 허리가 아픈데
엉덩이와 다리는 왜 이리도 저리는지...
고추는 고추대로 씻고 삭히고,
깻잎도 또 알타리도 다듬고 씻고 
우거지도 삶아 널고...
장갑을 끼고 했음에도 시커멓게 토란대 물이 든 내 손.

소금이 필요하다.
생강도 마늘도 또 필요하다.
다시금 밖으로 나가 줄줄이 사서 돌아서려는데
생선 장사 좌판이 눈에 뜨인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파트 단지에 서는 장이란다.
몇달이 지났음에도 처음으로 보는 그 좌판좌판들...
낙지 젓갈도 아주 조금 사고,소금 한 부대를 샀다.
그래봐야 20kg이지만,배달해 주겠다하는데
그냥 들고 가겠노라했다.

생선 파는 좌판으로 갔다.
'간 고등어 있어요?'
'예?'
'간고등어요'
'간..뭐요?'
곁에 있는 아주머니 거든다.
'아,자반 자반 고등어.간고등어라면 모르지'
'아, 맞아요.염장고등어,자반 고등어'
'참 아줌마도.처음듣는 소리네요'
생선장수 아저씨 민망한지 웃으며 간고등어 좌판께로간다.
'몇손이나 드릴까요?'
'몇손이라뇨.그냥 한손,한손만 주세요'
'그러세요.자반~한~손이라~~~'
'아저씨.이왕이면 그것 말고 이거,좀 크고 싱싱한 이것...'
'알겠습니다.'

어린 날 난전 좌판에 쉬파리가 쉬를슬어 굼슬굼슬 구더기도 
기어나오고,누리끼리한 소금 범벅에 연한 뱃살도 조금은 짓물
려 무너진,지푸라기에 아가미께를 꿰어 흔들흔들 지게 끝에 
메달려 그네를 타던,장 보따리속에 신문지로 돌돌 말려 비릿 
내음이 진동을 하던 내 추억속의 고등어,염장고등어,간고등어... 

능숙한 솜씨로 고등어 자반을 툭툭 자르는 아저씨.
봉투를 두개씩이나 싼다.
'됐어요.여기 낙지 젓갈과 함께 넣을래요'
봉투 하나 되돌려 준 후 옹기 좌판으로 간다.
지난번 그 찻집에서 본 그모양 그무늬의 찻잔과 공기와 접시
들...찻집 가족들의 모습이 그릇위에 포개어 진다.
무쇠솥도 판다.작은 것은 삼만 오천원, 큰것은 사만오천원...
작은 것 하나와 나무 수저를 만지작 거린다.
무쇠솥에 밥을 지어 노릇노릇 밥을 눌려야겠다.물을 조금만 
붙고 뭉근한 불에 오래오래 나무 주걱으로 살살 저으며 끓이
면 구수한 숭늉이 될터인데...우리 아이들과 그사람이 참 좋아
했었지.아니 우리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자주 해주던,그랬기에
우리 아이들이 아주 맛나게 먹던 구수한 숭늉...
다음에,다음에 살께요.감사드려요.구경 잘했어요.

그냥 굶기도 그렇고,밥을 지었다. 전기 밥솥에서도 고슬고슬 
잘된다.두부와 김치를 넣고 멸치 댓마리 넣고 김치찌게도 만
든다.싱싱한 무우 넣고 뭉근히 간고등어를 끓여도 좋지만,다
못먹을것 같아 그중 한토막만 후라이팬에 넣고 구었다.지글지
글 구수한 냄새가 난다.그 사이 토란껍질을 마져 벗긴다.

모처럼 푸집한 성찬이다.
간고등어 구이에 김치찌게에 낙지젓갈을 뜨거운 밥위에 놓고
후후 거리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자화자찬도 도가 지나치다
싶지만,
'맛나구나,참 맛나구나.많이 먹어라.로사야 많이 먹어라...'
배가 벌떡 일어나도록 먹고 시원한 물 한컵 먹고,다시 설탕프
림 듬뿍 넣은 커피 한잔을 마시고 이곳에 올랐다.
포만감에 한숨 자면 아주 좋겠지만,아직도 할일은 산더미라
음악을 들으며 일을해야겠다.내 사랑하는 딸아이가 인스턴
트 육개장이 아닌 엄마가 끓여주는 육개장이 먹고 싶다했다.
알타리도 절여야지.

 초은
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