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넘도록 동기들에게서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민망했단다. 어제 네게서 이런 저런 친구들 소식을 듣고나니 반갑더라. 나더러 시간이 굉장히 많나보라고 했지? 너무 그리워하는거 같다고도 했구? 글쎄... 시간은 어느새 앞으로 내다 볼 몫 보다는 뒤로 돌아볼 몫이 길어진 느낌이 드는거 같구, 이 그리움의 출처는 나도 잘 모르겠더라구... 인생 어디메 골목에 숨어 있다가 무심코 지나치는 내 발목을 덜컥 잡아 챈 느낌도 들고, 날마다 내 가슴속에 켜켜이 쌓여가던 게 이제사 그 무게로 느껴져 오는 느낌도 들고 그러네.  

어느날 우리 아들과 명세빈 나오는 무슨 영화를 보다가 내 친구중 한애가 명세빈 같다는 생각이 들길래, 아들더러 '애, 승원이 엄마 명세빈 닮은거 같지 않니?' 랬더니, 대뜸 아들녀석은 '엄마 친구중에 저렇게 예쁜 여자가 어딨어?'하며 화면에 꽂힌 눈길 한번 돌리지않고 대꾸하더라.
우리들도 꽃잎같은 살색을 하던 때가 있었고, 하늘을 담은 눈빛이더랬고, 낙엽이 질땐 가슴이 아리었더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하긴 나도 어릴적엔 엄마는 엄마로 태어났고, 할머니는 할머니로 태어나신 줄 알았으니까... 한번도 그네들의 젊은 시절이 꽃다웠을거 같지도, 또는 궁금하지도 않았었으니까....

이젠 옛 친구들을 보면 젊은 시절의 증인들을 만난 듯 반갑고, 변한 모습들만큼이나 대견해서 반갑더라.  은숙아, 어제 네가 준 전화번호들은 차차 사용하기로 했다. 우선 14회 게시판 좀 데우자. 전화는 그냥 전화로 끝나버리더구나. 네가 아는 아이들 좀 모두 불러내보렴. 안나오면 쳐들어간다고 말하렴.

또 연락하자.
숙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