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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연주자인 박수아는 김필숙의 딸입니다.

이번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문사(석사)과정을 마치는 순서로

졸업연주회를 열게 된 것입니다.

날이 흐리고 비가 왔던 어제 저녁에 연주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흐린 날,  비가 오는 날을 저는 <운치있는 날>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운치가 있는 날은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분위기있는 음악을 듣게 됩니다.

음악으로는 이를테면 차이코프스키나 드보르작이나 라프마니노프의 곡들을 들으면 좋지요^^

책으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나,

그의 대서사집인 <두이노의 비가> 중 한 권을 꺼내 들어도 참 좋습니다.

 

또한 <운치있는 날>은  책이나 음악을 접하지 않고

오로지 저를 돌아보면서 사색을 하고 깊게 성찰을 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어제 낮에는  한 번으로 끝나는 강의가 하나 잡혀 있어서 점심 직후에 수업을 두시간 하고

바로 석관동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로 달려 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제가 백만년 만에 한 번 정도 책을 안들고 나가는데요,(ㅎㅎㅎ)

어제가 그랬답니다..ㅠ.ㅠ...

제가 책을 낑낑 들고 나가는 날은 늘 공치고 오기가 일쑤죠^^

책을 한 자도 안읽고 그냥 들어오는;;;;;;

그런데 어제는 흑흑^^

저는 이렇게 머피의 법칙이 잘 적용됩니다.

 

그리하여~~~

혼자서 기도와 명상을 하였고

덕분에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를 돌아보게 되었고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낸 셈이 되었지요^^

 

이제 수아의 졸업연주가 진행이 됩니다.

 

1, 염양춘

2, 김영재류 해금산조

3, 비오는 여름 (편곡초연)

4, 소리 그늘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한 시간 정도 졸업시험 대신으로 하는 연주가 펼쳐졌습니다.

 

염양춘은 무르익은 봄의 따사로운 기운을 나타내는 곡으로서 가곡에서 파생한 음악이라고 합니다.

생황(하모니카 또는 아코디언의 음색과도 비슷하더군요^^) 과 더불어 연주가 되었는데

해금의 애절하고 잔잔한 음색이 무척 돋보였습니다.

가락(멜로디)은 제가 알듯말듯...그랬습니다.

또한 해금의 아스라하고 촉촉한 음색이 제 마음에  깊이 울리기도 했습니다.

두 악기의 조화!!~~~아름다웠죠^^

 

김영재류 해금산조는

해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연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빠르게 연주되는가 하면 어느새 느린 운을 띄우면서 천천히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제가 잘 모르지만 해금의 기교와 서정을  한꺼번에 담아내서 연주를 하는 곡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이곡은 해금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간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곡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박수아는 이 곡을 정말 멋드러지게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장단과 추임새에는 장고가 뒷받침을 하더군요^^

 

이어지는 두 곡은 현대곡들입니다.

피아노와 듀오를 이루구요...

 

비오는 여름은

작년 여름을 생각하면서 작곡이 되었다고 하네요^^

작년 여름에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일을 기억하면서

탱고 풍으로 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현대곡을 해금과 피아노가 만나서 어찌나 괜찮게 연주가 되던지요...

해금의 소리가 피아노와 어우러져 참으로 빛났습니다.

애잔한 음률이 있는가 하면

굴곡이 많은 선율이 비가 쏟아지는 장면을 연상케 했지요^^

(게다가 어제 비도 왔답니다^^ㅎㅎㅎ)

원래 이곡은 아코디언과 피아노를 위해 썼다고 하는데

해금으로 편곡을 해서 이번에 처음 선을 보였다고 합니다.

멋졌습니다!!!

 

소리 그늘에서..는,

서양의 문명을 대변하는 피아노와

원시적이며 자연발생적인 한국의 소리인 해금을 접목하여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의 합일을 생각하게 하는 음악이었습니다.

단선율(모노포니)인 해금과 복선율(폴리포니)인 피아노가 만나서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사하면서

그것은 충돌과 화합이라는 큰 명제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옛 것과 지금 현재를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음악은 생소했지만 팜플릿을 미리 보고 들었기에 조금은 이해가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수아의 연주는 어제로써 세번 쨉니다.

장구의 장단에,생황과의 조화에, 피아노의 합주에...

해금은 무척 잘 어울렸고,

그 해금의 소리는 제 폐부에 깊숙하게 들어와서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만 반하고 말았습지요!!!

 

박수아의 석사졸업연주.

축하합니다!!!

 

어제 한예종의 예술극장 소극장에는 수아 친구들이 많이 왔고

그가 가르치는 제자들,

그리고  필숙의 지인들로 가득했는데

특히 수아의 친구들과 후배들이 많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연주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아주 훌륭한 수아더군요^^

 

여담입니다만....특히 아주 어여쁜 한복에 눈이 많이 갔었답니다.

기품이 있으면서 어쩜 그리 살랑거리게 이쁜지요...

하늘하늘 비치는 속살의 섹시함도 좋았어요^^ㅎㅎㅎ

 

금요일 저녁에~~~

저는 해금의 세계에 잠시 빠졌다가 왔습니다.

그것도 <운치있는 날>에............^_^

 

수아의 졸업연주 덕에

필숙의 가족을 다 봤구요,

친구와 같이 온 최인옥도 만나서 반가웠어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고 박동진님이 어느 광고에서 외쳤던 카피가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연주회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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