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은 향 좋고 맛 좋고 목을 넘어가는 느낌도 좋다.
두 잔은 맛 좋게 목을 넘어 간다.
세 잔은 물이니까 입안 어딘 가에 걸리지 않고 길 대로 가긴 간다.
처음 한잔을 잘 마셔야 한다. 향 좋고 맛 좋으니 단숨에 마시면
"잘 마시는 데."
하면서 술이 계속 오며 올 때마다 단숨에 마시라고 부추김을 받는다.
간혹 한잔만 주고 다음 잔부터는
"더 주세요."
해야만 주는 장소에서는 맘껏 단숨에 마시고
마신 다음에 오는 여운을 즐긴다.
집 가까이에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는 부부가 산다.
정확히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나보다 10살 덜 먹은 부부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남편은 할아버지 소리가 듣기 싫으니
그냥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하니까 손녀는
""할아버지 수염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손자 밖에 없어요,할배!"
폰에도 할배라 저장해 놓았다.
손녀네 집 뒤울타리는 3미터쯤 언덕으로 되어 있다.
언덕 울타리에서 50발자국에 우리 집이 있다.
손녀 사위가 디디고 다니기 편하게 넓적한 바위를 주어다
돌계단을 만들어서 그리로 다닌다. 대문으로 다니면 동네 한바퀴를 다 돌다시피 하기 때문에.
몇년 전 12월 약속대로 형님과 조카네 가족, 우리 부부가 손녀네 집에서 술을 마셨다.
조카부부가 가져온 술을 들고 갔다. 처음부터 센 술로 시작했던 거 같다.
몇년 된 술이고 무슨 사연이 있고 비행기에서는 얼마고 하면서 마셨다.
브릭스가 몇이고 하는 술도 마시고, 공부가에서 빚은 술, 추운 곳에서 마셔야 한다는 술. 지방에서 올라온 항토주.
어느 지방에서만 특별히 만든다는 술, 손녀네 있는 술은 다 먹은 거 같다.
간간이 손녀 사위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따라 부르기도 하고
조용히 듣기도 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조카가 데리고 온 8살 손자는 졸립다고 하더니 소파에서 자고
손녀는
"우리 집에는 쌀은 떨어져도 술은 안 떨어진다."
며 술을 꺼내 올 때마다 하나 같이 다
"좋은 술."
이라 했다.
좋은 술이니 주는 대로 열심히 마셨다.
"할머니! 자, 옳지, 옳지 쭈우욱!!!"
한잔 마시면 바로 몹시 수다스러워지는 나는
수다 단계에서 한 단계 더 가면 운다. 뭔 얘긴가를 해서 어떤 때는 같이 운다.
혼자 우는 것도 술판 깨는데 같이 우니 눈총을 받는다.
이 날은 조카가 같이 울었다.
집에 오려고 의자에서 일어섰을 때 걸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현관문을 나와 나름 똑바로 걸었다. 눈이 쌓여 있는 돌계단 언덕에 왔을 때
서서 걷다가는 나동그라지리라는 판단이 섰다. 기어 올라왔다.
'술이 이런 거구나. 수다도 괜찮고, 우는 것까지도 괜찮지만,
제대로 걷지 못하고 기어서 지나가는 내 모습은 아니다. 술이 뭔지 확실히 알겠다.'
자려고 누웠는데 토할 거 같다.
재빨리 화장실로 가
최대한 조용히 토했다.
자려고 누웠다가
서 너번을 일어나 토했다.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하려니 돋보기가 없다.
어제 손녀네 탁자에서 손에 들고 온 기억은 난다.
돌계단에 흘렸을 거 같다. 가 보니 돌계단 옆에 있다.
맨 정신에도 돌계단에 눈이 쌓여
손을 짚고 내려가 냉큼 안경을 집었다.
하나같이 다 좋은술만 마셔서 그랬는지 토해서 그랬는지
무사히 아침을 해서 먹었다.
좋은술이고 뭐고간에 술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된 날이다.
그 손자 유머도 있고 귀엽네요.
정겨운 술판의 모습이 눈에 선해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나와 술친구해도 되겠네요.
현숙 후배 어제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기까지 오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제는 제게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북콘서트로 올해 마무리 최고예요 명희 선배님♥ 자랑스럽고 영광되고 감사합니다
현숙이 글을 읽고 문득 기도라는 노래가 ....
한 잔 또 한 잔을 마셔도 취하는 건 마찬가지지....이 밤도 외로움에 잠 못 이루고 홀로이 별을 헨다네~~~~~~~~~
기도라는 노래는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대학가 축제 때 들려오던 홍삼트리오의 노래던가
응답앓이가 2013년을 마감하는 이 때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지나간 시절에
1994년 보다 훨씬 낭만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가끔은 그랬었었지.....
나도 오늘 글 하나 올린다.
제목이 눈에 확 띠네.
재밌는 글속에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사진속의 저 돌이 돌계단이야?
나도 아직은 술맛은 모른다.
주면 받아서 마시는 정도...
그리고 되돌려주는 메너도 부족하고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아직 그 경지까지 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나이들어서
모임이 잦아지면서
가는 곳이
분위기 있는 찻집이 아니라
안주와 술맛이 좋다는 곳을 찾아간다.
점점 술과 친해질것 같다. ^^